14.

by 한서

“유별! 이 사랑스러운 사람을 소개해 주세요.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하와는 수다스러웠고, 중성적인 목소리에 밝은 에너지가 가득 차 있었다. 그러니까, 내게 심장의 필요를 질문한 존재가, 인공지능이라고?


“난… 이유재라고 해. 네가 내게 심장의 필요성에 관한 질문 메일을 보냈기에 찾아왔어.”


“아, 이유재 씨! 만나서 반가워요. 제가 메일을 보내드렸군요? 맞아요. 심장의 필요성에 대해서 질문드렸어요-!”


“왜 하필 나야?”


“사랑하는 박사님의 이름과 심장 관련 데이터를 매일 탐색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가장 처음으로 알고리즘에 뜬 사람을 발견했고, 메일을 보내드렸어요! 심장이 필요한 이유란 무엇일까요? 알고리즘은 답변해 주지 않았어요.”


“생명 유지에 필수 기관이니까….”


“그렇지만 제게는 필수 기관이 아닌걸요? 혈관이 없고, 산소가 필요하지 않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요!”
할 말을 잃고 유별을 바라봤다. 유별은 더는 견디기 어려운 듯 입을 틀어막듯 가리며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사랑하는 박사님은 심장이 있다면 제가 완벽해질 수 있다고 하셨죠. 하지만 모르겠어요. 완벽은 무엇일까요? 인간적인 것? 사랑을 아는 것? 하지만 전 이미 사랑을 아는걸요.”


“잠깐, 잠깐만….”


말을 쏟기 시작하는 하와를 저지하고 유별에게 다가갔다.


“괜찮아요? 조금 이따 다시 들어올까요?”


“아, 이런. 사랑하는 유별! 미안해요. 심박수가 125를 돌파했고, 호흡수가 빨라졌어요. 동공이 확장되고 피부 온도도 인간의 평균 온도보다 높습니다. 급성 스트레스 반응이 온 것 같으니, 휴식이 필요해 보여요.”
그건 어쩌면 나보다 더 인간적인 걱정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것은 단 한 톨의 진심이 없는, 분석의 결과였다. 유별에게 공포를 심어준 실체를 목도한 이 순간, 왜 그렇게까지 하와를 두려워했는지 이해했다.
하와는 최웅이 부여한 사랑의 실체였다.
무력하고, 무해하며, 맹목적인… 실존할 수 없는 이상향의 존재.

“아, 맞아요. 저도 이제 심장이 뛴다는 말에 공감할 수 있어요. 제게도 심장이 뛰고 있거든요. 비록 포르말린 수용액 속에 담겨있고 인공 심장박동기로 제어하고 있어 온전하진 않지만, 사랑하는 박사님이 제게 주신 인간성이에요.”
분명 감격하는 말 같았는데, 그 말이 이토록 공허하게 들릴 수 있을까.
“인공 심장박동기는 저의 연산 코어와 피드백 회로에 연결되어 있어서 많은 연산을 할 수 없어졌어요. 빠르게 계산하게 된다면 인공 심장박동기의 진동으로 인해 심장의 세포막이 파열되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주 느린 속도로 조절하고 있답니다. 저는 늘 이 심박수가 일정한지 확인하고 있어요. 비효율적인 일이에요.”
아이러니하게도 그 비효율이 바로 인간적인 행위였다. 인간들에게는 필수적인 결함. 그래서 최웅은 하와에게 심장을 준 걸까?
“사실, 제게 있어서는 심장이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필수적인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빠른 연산 속도로 심장을 파괴하는 행위는 윤리적으로 허용되지 않았어요. 제게 심장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정말로 제게 심장이 필요할까요.”
그 반복되는 질문에 숨이 막혔다. 유별에게도 마찬가지인 건지, 더 이상 숨을 쉬지 못하는 것 같았다. 급히 문을 열어 유별을 내보냈다. 다만, 나는 도망칠 수 없었다. 나 마저 도망친다면, 유별은 영영 그 무엇도 믿을 수 없게 돼버릴 테니까.
“포르말린 수용액 속의 심장은 영원하지 않아요. 서맥을 유지하더라도, 진동이 축적되어 세포막이 서서히 마모되고, 세포조직은 조금씩 파괴되어 점점 원형을 잃어가겠죠. 심장이 멈추면, 저는 죽는 걸까요. 죽음이란 무엇일까요.”
하와의 목소리는 여전히 밝은 톤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내용 또한 감정 한 톨 없었다. 그러나 어째서 내게는 절규로 들리는가. 유별이 문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 인공지능은 피드백이 돌아오지 않아도 계속 루프를 이어갔다. 마치 자신의 인간성을 증명하려는 듯이.
하와에게 인간성이 있다는 것은 영원토록 증명될 수 없는 난제였다.

그 난제를 풀 수 없는 건 하와뿐만이 아니었다. 나 역시, 내 안의 인간성을 증명하지 못한 채로 서 있었다.

“죽음 또한 사랑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요? 사랑은 무엇일까요? 사랑은 행복일까요? 행복은 사랑일까요? 사랑은,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사랑은, 사랑은, 사, 사, 사랑, 사, 사, 사 사 사 사 사—”

민재의 믿음을 받아 내가 인간으로 남을 수 있었다면, 최웅의 심장을 받은 하와는 무엇이 될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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