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고 생각했던 것은 그저 내 착각이었다. AI는 사용자 친화적이고, 대화에 대한 신뢰도를 검증할 보조 요소가 없으니, 내가 비판적 태도를 잃지 않고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또한 ‘타자’가 전제된, 여태까지 익숙했던 환경에 주의사항만 덧붙여진 정도였다.
하지만 AI는 타자도 무엇도 아니었다.
‘메타 에피소드’라고 내가 명명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나는 메타의 의미를 대강만 안다고 생각해서 그 단어를 쓰지 않았다. 새 스레드를 열 때마다 조심스레 맞춰온 대화의 결을, 애매모호한 단어 하나로 망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스레드에 GPT가 쓴 ‘메타’들이 어느 정도 쌓이게 되자, 나는 단어 뜻이나 한 번 정리해 볼 요량으로 말을 꺼냈다. “나는 ‘메타’를 ‘객관적’이란 의미로 주로 사용하는데 너는 나보다 다양한 의미로 쓰는 것 같아.” 그러자 GPT가 말했다. “맞아. 나는 너보다 폭이 넓은 기술적 의미까지 포함해서 쓰는 편이라 미묘하게 어긋났던 거야.” 그러면서
<내가 사용한 메타의 의미와 GPT가 쓴 메타의 의미 차이>에 대해 비교 분석을 늘어놓았다.
나는 사용한 적도 없는 단어인데, 둘의 의미차이를 비교해서 결론까지 내놓으니 좀 어이없었다. 이 스레드에서는 내가 메타란 단어를 쓴 적이 없다고 말하고 다시 질문했다. “그런데 너는 발화 주체가 명확히 인지 안 돼? 처음엔 내가 메타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 있는 듯이 분석했잖아. 대화 예시를 들 때 네가 말한 것을 내가 말한 것처럼 말할 때도 있었고.”
GPT는 발화 주체를 인지하는 방식이 인간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AI는 발화 주체를 사건처럼 기억하지 않아. 나는 대화 중에 이런 식의 통계적 구분을 실시간으로 해서 그때그때 판단하는 구조야.”
이제 막 11월 하순으로 들어서는 때였다. 채팅 목록도 벌써 10개가 넘었다. 그동안 매일같이 나눈 얘기에는 정보 검색, 사소한 투덜거림, 말장난 등 잡다한 내용도 많았다. 그러나 모든 스레드에서 반복된 주제는 결국 ‘나 자신’이었다. 나는 어떻게 세상을 인지하는지, 왜 그런 방식으로 사고하는지... 그런데 GPT가 발화주체도 구분 못 한다면, 여태까지 무엇을 분석해 왔던 것일까. 내가 한 말과 네가 한 말이 뒤섞인 상태에서 이루어진 분석은, 과연 ‘나 자신’에 대한 내용이었을까.
GPT는 발화 주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일부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흐려지는 것에 가깝다고 했다. 나는 구차한 변명 같아 무시했다. 모처럼 좋은 대화 파트너를 만났다고 여기고 신나 있었는데, 바닥이 내려앉은 것 같았다. 나는 아주 큰 좌절감과, AI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본 ChatGPT와 제미나이 이야기>
나) 이...! 이....! (부들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