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나다

피멍 든 순수

by 정셔틀님

나는 아직 순수하다.

아니, 어쩌면 — 순수하고 싶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조금의 때만 묻어도

그걸 벗기겠다고

내 피부를 문질러 벗긴다.

피가 나고, 살갗이 다 벗겨질 때까지.


그러다 문득,

무엇이 나를 아프게 했는지

이젠 모를 지경에 이른다.


남이 아닌, 내가 나를 더럽혔다.

그리고 그 더러움을 나는 도무지 용서하지 못한다.


내 생명은 담배꽁초처럼

서서히 타오르다 사라지고,

남은 건 손에 밴 싸늘한 냄새뿐이다.


그 냄새에 나는

또다시 나를 미워하고, 질책한다.


무엇이 나를 아프게 하는지 —

사실 제일 잘 알고 있는 건 나다.


나는 나를 죽이려 했지만,

끝내 죽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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