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의 정원? 정원 속의 도시! 싱가포르

싱가포르,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보여주다.

by 장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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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의 문이 열리고 공항 터미널로 들어서는 순간, 보통의 여행자가 마주하는 것은 차가운 대리석 바닥과 면세점의 화려한 조명입니다. 하지만 싱가포르 창이 공항은 그 기대를 뒤집는 경험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터미널을 연결하는 중심부, '쥬얼 창이(Jewel Changi)'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감각을 자극하는 것은 습한 숲의 내음과 거대한 물줄기의 굉음입니다.


40m 높이에서 쏟아지는 세계 최대의 실내 폭포 'HSBC 레인 보텍스(Rain Vortex)'와 이를 둘러싼 900여 그루의 나무, 6만여 분의 관목은 이곳이 공항인지 열대 우림인지 헷갈리게 만듭니다.


창이 공항은 단순한 교통 허브뿐만 아니라 싱가포르가 전 세계에 던지는 뚜렷한 메시지를 보여줍니다.

바로 "우리의 도시는 자연 그 자체다"라고 말입니다.


정원 속 도시, 싱가포르 알아보기

'Garden City’에서 ‘City in Nature’로: 철학의 패러다임 전환

빌딩 벽면을 흐르는 초록 혈관: 버티컬 포레스트의 공학

슈퍼트리, 공학이 빚어낸 거대한 생태계

미래의 생존 전략: 회색과 초록의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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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den City’에서 ‘City in Nature’로: 철학의 패러다임 전환

1960년대 싱가포르의 목표는 정원 도시(Garden City)였습니다. 도시 곳곳에 나무를 심고 녹지를 추가하는 개념이었죠. 하지만 현재, 싱가포르 정부는 이를 정원 속의 도시(City in Nature)로 격상시켰습니다.

image.png 출처: Butterflies of Singapore

정원 속의 도시는 말 그대로 자연과 도시의 유기적인 공존을 지향합니다. 단순히 고립된 녹지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네이처 웨이(Nature Ways)'라 불리는 녹지 축을 구축해 숲과 도심을 하나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이는 야생동물이 도심을 안전하게 가로지르는 생태 통로 역할을 합니다.


나아가 2030년까지 모든 가구가 도보 10분 내에 공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그린 플랜 2030'을 추진 중이며, 이를 위해 200헥타르 이상의 대규모 공원 조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빌딩 벽면을 흐르는 초록 혈관: 버티컬 포레스트의 공학

싱가포르의 스카이라인은 초록색입니다. 이는 싱가포르 중심부의 많은 건축물들이 건물 표면적의 수 배에 달하는 녹지를 수직으로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image.png 오아시아 호텔 다운타운 / 출처: Raddit

이 건축물들은 도시 열섬 현상의 해결사 역할을 수행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녹지로 덮인 빌딩은 주변 기온을 최대 2~3°C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는 식물의 증산 작용이 주변의 열을 흡수하는 천연 냉각 장치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식물을 품은 수직 정원은 직사광선을 차단하여 건물 내부 온도 또한 낮춥니다. 그렇기에 에어컨 가동 에너지를 최대 30%까지 절감하는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으로 이어집니다.

image.png 파크로열 컬렉션 피커링 / 출처: 호텔스컴바인

자연을 품은 건물들의 모습은 싱가포르 LUSH 정책을 바탕으로 만들어 졌습니다. 'Landscaping for Urban Spaces and High-Rises'라고 불리는 도심 고층 건물 녹화 정책은 도심 개발 시 사라지는 녹지를 수직 정원, 옥상 조경 등으로 대체하도록 의무화하는 정책입니다.


싱가포르 도시개발청은 건물을 지으면서 훼손된 지상 녹지를 건물의 옥상, 테라스, 벽면 등에 100% 이상 복원하도록 강제하였고 이는 회색 도시를 초록 도시로 탈바꿈시킨 결정적인 제도적 장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슈퍼트리, 공학이 빚어낸 거대한 생태계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슈퍼트리'를 마주하면 그 압도적인 규모와 화려함에 먼저 시선을 빼앗기게 됩니다. 하지만 25~50m 높이로 솟아오른 이 거대한 구조물들은 단순한 인공 조형물을 넘어, 싱가포르의 지속 가능한 공학 기술과 생태적 비전이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와 같습니다.

image.png 출처: Agoda

이 강철 나무들은 도시의 에너지를 순환시키는 핵심 인프라로 묵묵히 기능합니다. 꼭대기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통해 화려한 야간 조명 쇼에 필요한 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해 내며, 낮 동안 뜨거워진 식물 온실의 열기를 밖으로 뿜어내는 거대한 환기구 역할을 수행합니다. 순환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이어집니다.


공원 곳곳에서 수거된 나뭇가지와 낙엽 등 조경 폐기물은 인근 발전소에서 연소되어 다시 온실을 차갑게 식히는 냉방 전력으로 재탄생하고 슈퍼트리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를 깨끗하게 정화하여 배출하는 친환경 굴뚝이 됩니다.


그리고 이 거대한 공학적 구조물을 진정한 자연으로 완성하는 것은 표면을 빽빽하게 덮고 있는 200여 종, 16만 포기 이상의 생명들입니다. 차가운 금속 골조 위에 층층이 뿌리를 내린 수직 정원은 도심 한복판에서 곤충과 새들에게 안식처를 내어주는 입체적인 생태 거점으로 작동합니다. 결국 슈퍼트리는 기술과 자연이 어떻게 공존하며 서로를 살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싱가포르의 가장 아름답고 실천적인 대답입니다.


미래의 생존 전략: 회색과 초록의 결합

싱가포르의 자연은 미적 화려함을 넘어선 기후 위기 대응책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해수면 상승과 기온 상승이라는 직접적인 위협 앞에서 싱가포르는 자연을 도시의 인프라로 편입시켰고, 그에 보답하듯 푸른 식물들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미세먼지를 정화하여 탄소 중립 도시로 나아가는 발판을 만들고 있습니다.

image.png 출처: 포브스 코리아

콘크리트는 식물을 지탱하고, 식물은 콘크리트의 수명을 연장하며 도시를 보호합니다.

이러한 공존은 미래 도시가 지향해야 할 정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Reference

National Parks Board (NParks): "City in Nature" Vision and Singapore Green Plan 2030 Update (2025-2026).

Urban Redevelopment Authority (URA): LUSH 3.0 (Landscaping for Urban Spaces and High-Rises) Program Guidelines.

CNA (Channel News Asia): "How Singapore's vertical forests are fighting the urban heat island effect" (Special Report, 2024).

The Straits Times: "Changi Jewel's Rain Vortex and the engineering of indoor ecosystems" (Feature Article).

WOHA Architects: Project case studies on Oasia Hotel Downtown and Parkroyal Collection Pickering (Engineering & Sustainability Data).

Gardens by the Bay: Official Sustainability Report on Biomass Energy and Supertree Mechan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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