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개발일지#1] 잘못된 기획: 여행패스 추천 서비스

진행하면 할수록 잘못된 기획이라는 것을 알아버렸다

by 장민준

새롭게 웹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에 서울 여행패스 추천 서비스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당시 머리 속으로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을 했고 주말에 요구사항 정의서, 기능 정의서와 ERD를 빠르게 만들어 실제 프로토타입까지 만들어 보았죠. Django로 백엔드를 설계하고 html으로 프로토타입까지 만들며 달렸지만 개발을 진행할수록 머릿속을 맴도는 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이 서비스, 진짜 쓸모가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스스로 Yes라고 대답할 수 없게 된 순간, 나는 과감히 프로젝트를 접기로 했습니다. 왜 나의 기획은 실패했는가? 그 뼈아픈 분석을 남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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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용자는 '가성비'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교통카드의 굿즈화)

모든 여행객이 100원이라도 더 아끼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릴 것이라 전제했습니다. 하지만 시장 조사를 해보니, 외국인 관광객들이 교통카드를 구매하는 주된 동기는 단순한 교통비 절약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에게 한국의 교통카드(T-money 등)는 아이돌 굿즈이자 기념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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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디자인이 들어간 교통패스를 구매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그려진 카드를 사고 예쁜 캐릭터 카드를 수집하는 재미가 가성비보다 훨씬 큰 구매 요인이었습니다.

디자인이 예뻐서 산다는 사람에게 A패스를 이용 시 6,000원을 아낄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계산기는 공허한 외침일 뿐이었죠.


2. 비교할 대상이 없었다 (단일화된 시장)

다양한 패스 중 최적의 하나를 골라준다는 것이 핵심 가치였는데 막상 뜯어보니 비교군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순수하게 관광지 무료입장 혜택을 주는 관광 패스는 사실상 디스커버 서울 패스 하나뿐이었습니다. 기후동행카드는 교통 전용이고, 와우패스는 결제 수단에 가깝다는 것을 조사하면서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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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서비스는 "A냐 B냐"를 골라주는 추천 서비스가 아니라, 단순히 "디스커버 서울 패스 살까요, 말까요?"를 답해주는 O/X 퀴즈 수준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복잡한 알고리즘이나 웹 서비스가 굳이 필요 없는 영역이었죠.


3. '쇼핑'이라는 통제 불가능한 변수

가장 큰 맹점은 제휴 혜택이었습니다. 관광객의 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인 쇼핑에서 어떤 패스는 올리브영 할인 쿠폰을 주고, 어떤 패스는 면세점 적립금을 줍니다. 사용자가 화장품을 얼마나 살지, 면세점을 갈지 안 갈지에 따라 패스의 활용가치는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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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입장료와 교통비만 계산해서 "이게 제일 싸요"라고 추천했다가, 사용자가 쇼핑 혜택을 놓쳐 더 큰 손해를 본다면?

내 서비스는 오히려 사용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는 셈이 되는 것입니다.


결론: 코딩보다 검증이 먼저다

기획 단계에서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너무 얕게 짚었습니다. 계산 기능을 구현하는 기술적 재미에 빠져, 진짜 시장이 원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건너뛴 결과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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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여기서 멈춥니다. 하지만 코드는 버려도 개발 전에 핵심 가치를 집요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교훈은 남았고 이 실패를 밑거름 삼아, 다음 아이디어는 더 단단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