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AI를 찾다 포기하고 AI 오케스트라를 꾸렸습니다

안티그래비티, 윈드서프, 코덱스와 함께 프로덕트를 만들어가는 과정

by 장민준

솔직히 말하면 요즘은 새로운 LLM 소식을 따라가는 것 자체가 일이 됐다. Claude가 업데이트됐다 싶으면 Gemini가 멀티모달을 들고 나오고 그 사이에 GPT가 새 버전을 조용히 밀어 넣는다. 6개월 전의 최신 모델이 오늘은 이미 구세대가 되어 있는 이 흐름 속에서 어느 순간부터 모델 자체보다 '어떻게 쓰느냐'에 더 집착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그 집착이 사람들을 챗창 밖으로 끌어냈다. AI는 이제 브라우저 탭 하나에 끝나지 않는다. 코드를 치는 바로 그 에디터 안으로 들어왔다. 파일을 읽고, 의존성을 파악하고, 맥락을 기억하면서 옆에 붙어 작업하는 존재가 됐다. 이른바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즉 완벽한 명세서 없이 의도와 흐름만으로 코드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방식이 실제 사람들의 루틴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나 역시 머릿속의 기획을 실제 프로덕트로 깎아나가는 과정에서 이 거대한 흐름에 탑승해 보았다. 그리고 작업의 단계마다 필요한 AI의 결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나의 만능 툴을 찾는 대신, 기획부터 디버깅까지 Windsurf, 안티그래비티(Antigravity), 코덱스(Codex). 각자가 완전히 다른 순간에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쓸모가 있었다.


Windsurf: 맥락을 놓치지 않는 페어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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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surf를 처음 켰을 때의 인상은 단순했다. "이건 그냥 유명한 Cursor랑 비슷한 거 아닌가?"

틀렸다.

차이는 며칠이 지나서야 느껴졌다. 프로젝트가 커질수록, 파일 간의 관계가 복잡해질수록 Windsurf는 오히려 더 정확해졌다. "이 함수 리팩토링해 줘"라고 했을 때, 그 함수를 호출하는 다른 파일 세 개를 같이 열어서 일관성 있게 수정 제안을 내놓는 걸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소름이 돋았다.


이게 Windsurf의 핵심이다. 프로젝트 전체를 하나의 살아있는 문서처럼 다루는 능력. 단일 파일의 코드 어시스턴트가 아니라 코드베이스 전체를 꿰뚫고 있는 페어 프로그래머에 가깝다. Flow라고 불리는 이 작동 방식은 내가 다음에 뭘 할지를 예측하고 그 흐름을 끊지 않는다.


가장 빛나는 순간은 이미 뼈대가 잡힌 프로젝트에 새 기능을 얹을 때였다. 기존 코드의 컨벤션을 자연스럽게 이어받아서 새로 추가한 코드가 이물감 없이 녹아드는 경험. 협업을 하면서 기존 코드를 건드려야 할 때의 그 긴장감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안티그래비티 (Antigravity): 큰 그림을 그리는 시스템 아키텍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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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그래비티를 처음 마주했을 때 나는 코드를 짜러 간 게 아니었다. 머릿속에 뭔가 있긴 한데 아직 형태가 없는, 그 막연한 단계에서 열었다. 그게 이 도구의 진짜 시작점이었다.


"이런 서비스를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구조를 잡아야 할까?"라는 두루뭉술한 질문에 안티그래비티는 코드 대신 구조로 답했다. 화면 흐름도, 데이터베이스, API 연동 아이디어가 산출물의 형태로 빠르게 시각화되는 과정은 좋은 의미로 기획과 개발의 경계가 어디인지 헷갈리게 만들었다.


멀티모달 추론 능력 덕분에 두루뭉실한 UI 스케치를 올려놓고 구조를 짜라는 요청도 막힘없이 통했다. 텍스트, 이미지, 도식을 넘나들며 초기 기획서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이 도구가 필요한 순간은 명확했다. 0에서 1을 만들어야 하는 프로젝트의 극초기. 아직 에디터를 열 필요조차 없는 그 단계에서 안티그래비티는 막연한 의도를 설계도로 바꿔주는 첫 번째 동료가 됐다.


코덱스 (Codex): 지치지 않는 디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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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덱스를 진심으로 필요로 하게 된 건 아무리 봐도 이유를 모르겠는 버그 앞에서였다.

로직은 맞는 것 같고 API 응답도 정상인데 결과가 계속 틀렸다. AI와 함께 해도 코딩을 능숙하게 모르다보니 파이썬으로 짠 데이터 파이프라인 중간 어딘가에서 잘못된 값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코덱스에 던졌다. 처음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코덱스는 코드를 단순히 읽는 게 아니라 실행 흐름을 따라가듯 분석했다. 데이터가 어느 지점에서 어떤 형태로 변환되는지, 예외 처리가 어디서 조용히 삼켜지고 있는지를 짚어냈다.


코덱스는 지치지 않는다는 게 강점이다. 사람은 같은 코드를 오래 보면 눈이 익어서 오류를 그냥 지나치게 된다. 코덱스는 그렇지 않다. 묵직한 백엔드 로직을 다루거나 교묘하게 숨어있는 버그를 추적해야 하는 구현 후반부에서 이 도구의 정밀도는 다른 어떤 도구보다 압도적이었다.


이제 역할은 작성에서 설계와 검증으로

세 도구를 함께 써보고 나서 든 생각은 이것들이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거였다. 안티그래비티가 구조를 잡고, Windsurf가 코드로 채워가고, 코덱스가 파고든다. 이 완벽한 분업, 즉 'AI 오케스트라'가 결과물을 단단하게 만든다.


억지로 하나만 골라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잘못된 접근이었다. 기획, 구현, 검증의 단계를 따라가다 보면 각 도구가 빛을 발하는 타이밍이 자연스럽게 구분된다.


이 과정 전체를 통해 느낀 건 우리의 역할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코드를 빠르게, 에러 없이 치는 능력은 이제 AI가 상당 부분 대신한다. 앞으로 더 중요해지는 건 무엇을 만들지 명확히 정의하는 기획력과 스토리텔링, 그리고 AI가 짠 코드가 정말 의도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시스템적 사고다.


단순한 작성자에서 설계자이자 검증자로의 전환. 이것이 챗창 밖으로 튀어나온 AI들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가장 큰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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