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활용 공모전 - 민원ON

민원 시간 단축 프로젝트

by 장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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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전국 통합데이터 활용 공모전 공고를 처음 봤을 때, 주제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공모전의 취지는 명확했습니다.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시민의 삶에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서비스. 즉, 거창한 기술보다 당장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편하게 만드는 것.

그 기준으로 생각했을 때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장면이 있었습니다.


서류를 떼러 집 근처 행정복지센터에 갔던 날이었습니다. 검색해서 가장 가까운 곳을 골랐고 도착하니 대기번호가 34번이었습니다. 결국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렸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두 정거장 거리의 다른 센터는 그날 한산했습니다. 거리 순으로 골랐는데 오히려 시간을 잃은 셈입니다.


이 경험은 개인적인 불운이 아니었습니다. 정부24는 기관의 위치를 알려줄 뿐, 지금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어떤 서비스도 가장 빠른 곳이 아닌 가장 가까운 곳만 보여줬습니다. 매년 수천만 건의 민원이 처리되는 나라에서 시민들은 여전히 감으로 기관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분명했고 공공데이터는 이미 존재했습니다. 필요한 건 그것을 시민의 시간이라는 관점으로 연결하는 시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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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링크


데이터는 있었다, 그런데 구멍이 있었다

기획 방향이 잡히자 곧바로 행정안전부 공공데이터 포털을 찾아보았습니다. 다행히 원하던 것이 존재했습니다. 민원 실시간 대기현황 API였습니다. 그런데 열어보니 현실이 달랐습니다.


API를 제공하는 기관이 전국 42개뿐이었습니다. 서울 강남구, 부산 해운대구, 경기 수원시 등 주요 거점에 집중되어 있었고 중소 도시와 농어촌 지역은 데이터가 없었습니다. 전국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는데 공공데이터가 전국을 커버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화면 캡처 2026-04-16 095307.png 제공하는 기관 목록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카카오 로컬 검색 API로 전국 모든 행정기관을 탐색하고 실시간 데이터가 없는 지역은 거리 기반으로 안내하는 일반 모드를 별도로 구현했습니다. 두 모드가 사용자의 위치와 업무 유형에 따라 자동으로 전환되는 구조였습니다.


또한 행정복지센터 정보 CSV는 공공데이터로 존재했지만 구청·시청 등 상위 기관의 전국 좌표를 통합한 데이터셋은 없었습니다. 기관명도 시스템마다 제각각이었습니다. 수원시청이 어떤 데이터엔 수원시 팔달구청으로, 어떤 API엔 수원시청 민원실로 등록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42개 기관의 좌표는 하나하나 직접 확인해 하드코딩했습니다. 시간이 걸리는 방법이었지만 덕분에 API 서버가 불안정한 순간에도 서비스가 멈추지 않았습니다. 공공데이터의 한계를 인정하고 우회한 것이 오히려 서비스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단순하고 핵심만

핵심 로직의 뼈대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총 소요 시간 = 실제 도로 이동 시간(분) + 대기 인원(명) × 3분


민원 1건 평균 처리 시간인 3분을 기준으로 대기 시간을 추정했습니다. 카카오 모빌리티 API로 실시간 도로 상황이 반영된 이동 시간을 가져오고 공공 API로 현재 대기 인원을 받아 더했습니다.

기능을 구현하는 동안 자꾸 다른 장면도 떠올랐습니다. 여권을 발급받으러 갔다가 사진 규격이 틀려 돌아오는 사람. 인감증명서를 떼러 갔는데 위임장을 안 챙겼다는 걸 도착해서야 아는 사람. 이동 시간을 줄이는 것만큼 헛걸음을 없애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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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Gemini 기반의 AI 준비물 도우미를 추가했습니다. "여권 재발급할 때 뭐 챙겨야 해?"처럼 일상적인 언어로 물으면 필요한 서류 목록을 즉시 안내해 주는 기능이었습니다. 기술적으로 복잡한 작업은 아니었지만 서비스의 본래 목적에 가장 가까운 기능이었습니다. 민원은 기관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시작된다는 것을 이 기능을 만들면서 다시 확인했습니다.


누구나 쓸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서비스를 다듬으면서 계속 마음에 걸리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민원ON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시간이 촉박한 직장인도 있지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스마트폰 검색이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이었습니다. 디지털에 익숙한 사람만 쓸 수 있는 서비스라면 아무리 알고리즘이 정확해도 공익적 가치는 반쪽짜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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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두 가지를 더 붙였습니다.


하나는 큰 글씨 보기 모드입니다. 버튼 하나로 폰트 크기, 행간, 버튼 여백이 한 번에 커집니다. 설정값은 기기에 저장되어 앱을 껐다 켜도 유지됩니다. 또 하나는 PWA 지원입니다. 앱스토어 설치 없이 홈 화면에 추가하는 것만으로 앱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설치 과정이 낯선 분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공모전의 취지에 맞게 기능이 많은 서비스보다 필요한 사람이 실제로 쓸 수 있는 서비스가 되고 싶었습니다.


API가 확대되면 바로 쓸 수 있도록

현재 예측 모드는 42개 기관에 한정되어 있고 3분이라는 기준도 실측 통계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가장 빨리 민원을 처리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방문 전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를 한 번에 알려준다는 시스템은 지금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실시간 대기 API 제공 기관이 42개를 넘어 전국으로 확대되면 데이터가 넓어지는 만큼, 서비스가 닿을 수 있는 시민도 넓어질 것입니다. 민원ON을 그 확장을 기다리며 계속 발전시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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