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17년차 엔지니어의 현타와의 대화
매년 새해 초가 되면
나는 늘 이 말을 꽤 진지하게 믿는다.
계획도 세우고, 해야 할 일도 정리하고,
마음 한켠에는 근거 없는 자신감 같은 것도 생긴다.
그런데 말이다.
그 의욕은 왜 그렇게 오래 가지 못할까.
“너 요즘 왜 이렇게 멍해 보여?”
누군가 물어본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그냥… 문득.”
17년째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짧지 않은 시간이고,
누군가에게는 안정적으로 보일 경력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하고 싶은 걸까?”
질문은 명확한데
답은 늘 흐릿하다.
“그래도 너, 꾸준히 뭔가는 하고 있잖아.”
맞다.
재테크 공부도 벌써 3~4년째다.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블로그에 기록도 남겼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책에서 말하는
‘첫 성공’이나 ‘전환점’의 분량은
이미 훌쩍 넘겼다는 걸.
그런데 현실은
기대만큼 움직여주지 않는다.
“노력의 방향이 틀린 걸까?”
“아니면 아직도 부족한 걸까?”
이 질문들이
밤마다 나를 붙잡는다.
“그래도 이번엔 진짜 열심히 했잖아.”
한국에 휴가를 갔을 때였다.
하루에 6~7시간씩 임장을 하며
며칠을 돌아다녔다.
땀도 흘렸고,
생각도 많이 했다.
그리고 결과는.
아무것도 사지 못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왜 이렇게까지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을까?”
그 순간 밀려오는 현실감은
꽤나 날카로웠다.
“그럼 이제 좀 괜찮아졌어?”
솔직히 말하면
아니다.
이런 현타는
지금도 가끔 찾아온다.
다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는 이 감정을
조금은 알아본다는 것이다.
아,
이건 포기하고 싶어서 오는 감정이 아니라
지금까지 꽤 진지하게 살아왔다는 증거구나.
“그래서 결론은?”
결론은 없다.
다만 오늘도
완벽하진 않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조금 느리게,
조금 흔들리면서.
아마도 이게
지금의 나에게
가장 솔직한 답일 것이다.
현타는
아무 생각 없이 산 사람에게는 오지 않는다.
고민했고,
선택했고,
책임져왔던 사람에게만
조용히 찾아온다.
오늘도 그런 하루였다.
그리고,
내일도 아마 비슷할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