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되든 밥이되든.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가 되니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그 사이에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3D모델링이라는 새로운 세상에 흥미가 생겨 독학을 하고있다. 유튜브만 있어도 수많은 전문가들의 강의를 공짜로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감사하다. 그런게 이게 참 쉽지가 않다.
처음이야 모든게 신기해서 네모난 상자 하나를 만들어도 흥미로웠지만, 이내 고도로 정교한 모델링들을 보았을 때,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이 있는데 내 실력으로 만드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해 보일 때, 어느새 주눅이 들고 모델링 프로그램을 키는 것을 기피하게 된다.
그러던 중 한 외국인 유튜버 선생님의 블렌더 강의를 보았다. 클릭 하나하나에 자신감이 넘치고, 잘못된 부분은 슥슥 쉽게 수정하는 그의 전문가 포스에 매료되며 그리고 약간 주눅이 들면서 한창 강의를 보았다. 그런데 그 유튜버 선생님이 말하길 지금 찍는 영상이 n번째 찍는 영상이며 능숙하게 실수를 조정하는 기술들을 몰랐을 때에는 매우 간단한 것을 만들 때에도 정말 오랜시간이 걸렸다고했다.
문득 부끄러웠다. 이 사람이 이 경지에 도달하기까지 겪었던 고난과 어려움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그제서야 나는 '내가 아직 주눅이 들만큼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쏟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와 동시에 가능성을 느꼈다. 조금 전까지만해도 '역시 이 분야는 때려칠까...'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이제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낯선 외국인의 영상까지 찾아보고있다니, 내가 정말 관심이 있는 분야구나!'로 생각이 바뀌었다.
만약 당신이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 무언가를 시작하기가 망설여진다면, 우리 같이 '죽이되든 밥이되는 일단 해보는 정신'을 키워보자. 그걸 반복하다보면 언젠가 밥에 가까워지겠거니...일단 '밥하는 법'을 궁금해하고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훌륭한 밥을 만들 첫번째 자격요건을 충족시킨 셈이니 자신감을 가져보자.
그것이 3D모델링인지, 글쓰기인지, 진짜 밥하는 법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무엇이든 그저 나의 아주 작은 관심이면 그것을 시작하고 통달하기 위한 기본여건은 충분하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