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툼한 옹기 대접에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보리밥

보리밥

by 마루

두툼한 옹기 대접에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보리밥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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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에 얹힌 찐 감자는 결이 살아 있는 듯 보슬보슬했고, 숟가락으로 눌러 반을 갈라내니 하얀 속살이 포슬하게 드러났다. 김이 서리는 순간, 고소한 냄새가 방 안 가득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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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위에는 소담스레 무쳐낸 굴과 묵나물, 향긋한 참나물과 아삭한 쌈채소가 함께 자리했다.

고소한 기름 냄새가 배어든 감자전이 갓 부쳐져 노릇노릇 빛나고, 매콤한 양념 게장이 작은 접시에 올려져 있었다. 그 한가운데, 보글보글 끓고 있는 강된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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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이 자글자글 끓으며 내는 소리는 마치 오래된 집의 숨소리 같았고, 구수한 향기는 금세 밥을 부르며 입맛을 자극했다.

나는 숟가락을 들어 나물 몇 가지를 올리고, 참기름 한 방울과 강된장 한 숟가락을 얹어 보리밥을 비볐다. 숟가락이 그릇을 스칠 때마다 소리가 잔잔하게 울렸고, 쓱쓱 비비는 그 순간마저 정겨웠다.

첫 숟갈을 입에 넣자 고소한 곡물 향과 아삭한 나물의 식감, 짭조름한 된장이 한데 어우러졌다. 그것은 단순한 맛이 아니라, 세월이 빚어낸 온기였다.

식사가 끝날 즈음, 구수하게 끓인 숭늉이 상에 올랐다.

숭늉의 향은 어릴 적 겨울밤, 화로 앞에서 이불에 둘러싸여 마시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마지막으로 한 잔의 보리식혜가 입안을 시원하게 씻어주자, 한 끼의 풍경은 비로소 완성되었다.

그것은 배를 채우는 밥상이 아니라, 정성을 전하는 마음의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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