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유통기한

관계

by 마루

관계의 유통기한

오래된 인연이 어느 날 숙제처럼 무거워지는 이유

어느 날 갑자기, 오래 알고 지내던 사람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큰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배신을 당한 것도 아니다.

대개는 아주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

가벼운 부탁 하나.

혹은 별 뜻 없이 꺼낸 말 한마디.

그 순간, 관계의 밑바닥이 드러난다.

우리는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살고 있다

내 기억 속의 그는 여전히 가까운 사람이다.

그래서 말도 편하게 건넨다.

“이거 좀 부탁해도 될까?”

하지만 상대의 표정이 묘하게 굳는다.

그 순간 깨닫는다.

아,

우리는 이미 다른 시간대의 관계에 살고 있었구나.

내 머릿속의 그는 여전히 어제의 친구인데

그의 머릿속에서 나는

이미 몇 해 전 지나간 지인일 수도 있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지만

서로 다른 관계의 시계를 보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어떤 부탁은

가벼운 말이 아니라

갑작스러운 압박처럼 들린다.

사람은 자신이 베푼 것을 더 크게 기억한다

사람 마음에는 작은 굴절이 하나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자기기여 편향(Self-serving bias)**이라고 부른다.

나는 꽤 많은 마음을 썼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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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진가이자 감정기록자입니다. 사람들의 말보다 더 진한 침묵, 장면보다 더 오래 남는 감정을 기록하고 싶어서 카메라와 노트북를 늘 곁에 두고 살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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