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공
해신의 잔
가마의 열기가 식어갈 무렵, 목포 외곽의 작은 도요에는 적막만이 감돌고 있었다. 도공 노인은 검게 그을린 가마 앞을 지키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가마 안에서 식어가는 '그것'에 고정되어 있었다. 밤새도록 타오르던 불길이 남긴 마지막 잔열이 그의 늙은 피부에 따갑게 닿았다.
"아버지, 드셔보세요."
딸 서윤이 정화수 한 사발을 들고 다가왔다.
노인은 말없이 물을 받아 마셨다.
차가운 물이 목줄기를 타고 내려갔지만, 가마 안의 열기는 여전히 가슴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 서윤은 그런 아버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무언가 말하고 싶어 하는, 하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는 깊은 슬픔이 서려 있었다.
서윤은 며칠 전부터 자꾸만 항구 쪽으로 시선을 돌리곤 했다.
조선에서 온 상선이 들어오던 날, 그녀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걸어갔지만, 노인은 알았다.
그녀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언제나 가장 끝에 자리 잡은 등대라는 것을.
그날도 그랬다.
조선에서 온 배가 닻을 내리던 날. 언어는 달랐지만, 서윤과 조선에서 온 젊은 선원의 눈빛만은 서로에게 닿았다.
그는 오래 머물지 않았지만, 떠날 때마다 꼭 한 번 뒤를 돌아봤다. 그것이 전부였다. 두 사람 사이에 오간 것은 그 짧은 눈맞춤뿐이었다.
하지만 노인은 그 속에 담긴 간절함과 안타까움을 다 보고 있었다.
"그 잔, 언제 꺼내실 거예요?"
서윤의 목소리가 떨렸다. 노인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완전히 식으면. 그때."
노인은 알고 있었다.
이 잔은 팔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것은 누군가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빚어낸,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잔이었다.
며칠 뒤, 노인은 완전히 식은 가마에서 그 잔을 꺼냈다. 검은 유약이 유난히 어둡게 빛나고 있었다. 빛을 삼키는 듯한, 그 깊고 어두운 색. 하지만 그 표면에는 아주 얇게, 마치 밤하늘의 별빛처럼 미세한 빛이 맺혀 있었다.
노인은 서윤에게 그 잔을 건넸다.
아무 말 없이. 서윤은 떨리는 손으로 잔을 받아 들었다.
잔의 온기가 그녀의 손을 타고 가슴으로 전해졌다. 그것은 아버지의 마음이었고, 떠나간 그 사람의 마음이었다.
그날 밤, 조선에서 온 배가 다시 항구로 들어왔다. 거친 파도를 뚫고 돌아온 배는 무거운 짐을 풀고 다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서윤의 잔이 그 배에 실렸다.
그것은 누군가의 간절한 기원이었고, 닿지 못한 마음에 대한 애도였다.
하지만 바다는 조용하지 않았다.
파도는 방향을 바꿨고, 배는 거친 물살을 버티지 못했다.
나무가 부서지는 소리, 사람이 물에 잠기는 소리, 그리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이 흐른 뒤, 그 배는 깊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그 잔은 그 안에 있었다. 끝까지.
소식은 늦게 도착했다.
조선에서 온 젊은 선원은 항구에 서 있었다. 그날도, 그 다음날도. 아무도 그에게 배가 난파되었다는 사실을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는 그냥 바다를 바라보았다.
오래. 거친 파도 소리만이 그의 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는 목포의 한 박물관에서 그 잔 앞에 서 있었다. 유리 안에 놓인 검은 잔. 설명문은 짧았다.
출토 위치, 시대, 재질.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것은 그냥 도자기가 아니었다.
누군가 건넨 것, 끝까지 닿지 못한 것, 그리고 아직도 도착하지 못한 것.
빛을 거의 반사하지 않는 표면. 가까이서 보니 내 얼굴이 비치지 않았다.
대신 어디선가 멈춰버린 시간이 있었다. 나는 한 걸음 물러났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것은 깨진 게 아니라 도착하지 못한 채 남아 있는 거라는 걸. 목포의 바람이 유리 밖을 지나갔다.
마치 그 시절의 간절한 염원을 실은 바람이 여전히 바다를 떠돌고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