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레이유 로얄.

전열함

by 마루

솔레이유 로얄.

1670년, 브레스트에서 진수된 프랑스 해군의 1급 전열함이다.

루이 14세의 권력을 바다 위에 옮겨놓은 상징물이었다.


이 배는 단순한 군함이 아니었다.

104문 이상의 대포를 장착한 전투 플랫폼이면서, 동시에 왕권을 시각적으로 과시하는 장치였다.


선체는 짙은 청색,

함미는 황금 조각으로 뒤덮였다.


태양 문양,

아폴로 형상.


왕의 별명이 아니라

왕 그 자체를 바다에 띄운 구조였다.


설계는 로랑 후박.


당시 기준으로 최상급 화력과 구조 안정성을 갖춘 전열함이다.

하지만 이 배의 핵심은 성능보다 ‘표현’에 있었다.


전열함은 원래 줄 맞춰 서서

측면 포격을 하는 병기다.


솔레이유 로얄은 거기에 하나를 더 얹었다.


“보여주는 전쟁.”


1692년, 바르플뢰르 해전.


투르빌 제독의 기함으로 참전했다.

프랑스 함대는 수적으로 열세였다.


전투는 길게 이어졌고

돛은 찢어지고

선체는 계속 타격을 입었다.


그럼에도 이 배는 끝까지 라인을 유지했다.


여기까지는

전열함의 역할을 정확히 수행한 기록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전투가 끝나고

쉘부르로 이동한다.


수리를 위해 정박한 상태.


여기서 전열함은

가장 취약해진다.


움직이지 못하는 순간,

거대한 표적이 된다.


영국군은 화공선을 투입한다.


불을 붙인 배를

그대로 밀어 넣는 방식.


목재 구조의 전열함에게

이건 포탄보다 더 치명적이다.


불은 한 번 붙으면

막을 수 없다.


1692년 6월 2일.


솔레이유 로얄은

불길에 휩싸인다.


화약고가 폭발하고

선체는 붕괴된다.


침몰.


정리하면 이 배는


가장 강력한 전열함 중 하나였지만

가장 취약한 순간에

가장 단순한 공격 방식으로

무너졌다.


남은 건 이미지다.


푸른 선체,

과도한 황금 장식,

태양.


지금 박물관에 있는 모형들은

전투 성능이 아니라

그 과잉된 상징을 복원한 결과다.



“이 배는 전쟁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기억되는 이유는 전쟁 때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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