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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일 Dec 15. 2021

십이월


십이월이면 홀로

이백번 버스를 타고 그에게 갔다    

 

나체로

다만 빈 편지지 하나를 들고서

혀를 깨물어 글을 썼다     


혼자 사는 세상에도

계절은 바뀐다고

그는 늘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면 나는

죽다 못해 되살아난

나목(裸木)의 각질들로 불을 지폈다     


흐물흐물 타오르는 불에

편린(片鱗)에

그의 문장들을 주섬주섬 꺼내 태웠다     


시간은 천연덕스러워

매양 남긴 잿더미를 삼켰다

그것이 이제는 한 줌도 되지 않았다     


그 좁은 공간에서

나는 몇 년을 살아왔는가

더듬으면 기침만 오른다     


돌아오는 길은

늘 밤이었고

늘 작년보다 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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