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2025, 새해, 설날, 을사년, 뱀, 푸른뱀
*. 예전 제 블로그에 적었던 글을 바탕으로 다시 작성했습니다.
*. 설날에 맞춰서 정리하던 글이었지만.. 많이 늦어버렸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을사년(乙巳年)의 새해가 밝았다. 언제나 그렇듯..
작년 말부터 "푸른 뱀의 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늘 이야기 하듯.. 푸른 뱀의 해는 대체로 설날부터 시작이다.
아, 점사(占事)를 보는 분들 중에는 춘분이 지나야 그 띠의 해가 된 걸로 보는 분들도 있다고 한다.
이 점 참고해주시기 바란다.
여튼.. 새해가 밝았으니 올해 을사년과 관련된 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 사신장(巳神將) 그리고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
뱀은 방위로는 남남동쪽을, 시각으로는 9시에서 11시를 뜻한다.
달로는 음력 4월에 해당하며, 양기가 살아나 생동하는 시기로 여겨진다.
또한 옛날 천자(天子 : 하늘의 아들, 하늘의 뜻을 받들어 천하를 다스리는 자)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달이다.
또한, 뱀띠를 상징하는 '사신장(巳神將)'은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을 상징한다.
아마 불교를 믿지 않는다고 해도 용의 '관세음보살'과 함께 가장 귀에 많이 익은 이름일 것 같다.
'관자재보살'은 지혜의 등불을 밝혀 무지한 인간들을 일깨우고 가르쳐 올바르게 살도록 교육하는 보살이다.
이를 위해 관자재보살은 뱀의 형상을 한 신의 모습(사신장)으로 나타나 '문(文)'을 행하고 가르친다.
그리고 관자재보살과 관세음보살은 서로 통한다.
같은 존재를 상징한다고 하기도 하고, 동일 존재의 이름을 번역하는 차이라 보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은 '쿠마라지바(Kumārajīva)'의 번역이고,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은 '현장(玄裝)'법사의 번역으로 여기곤 한다.
쿠마라지바는 산스크리트어로 되어있던 불교 경전을 한문으로 바꾼 쿠차왕국의 승려로,
지금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불교 경전이 그의 역작이다.
현장은 우리가 흔히 '당현장', '삼장법사'라고 부르는 그 현장법사를 말한다.
○ 푸른 뱀의 해와 뱀에 대한 선입견
을사년의 '을(乙)'은 '갑(甲)'과 함께 '십간(十干)' 중에서 푸른 색을 상징한다.
그래서 올해가 '푸른 뱀(靑巳)'의 해가 된 것이다.
뱀은 참 다양한 이미지를 지닌 존재다.
뱀은 옛부터 치유와 풍요, 다산, 재물 등을 의미하는 존재였다.
그래서 뱀은 집안에 부를 늘리고, 복을 지켜준다고 믿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왜? 이런 상징을 지닌 뱀이 왜?
갑자기 꺼림칙한 존재가 된 것일까?
그에 대한 나름대로의 의견을 적어본다.
▶ 뱀에 대한 선입견. 사람들은 왜! 뱀을 싫어하는가?!
뱀을 악하게 보는 가장 큰 일등공신은 바로 '성경'이다.
기본적으로는 서양의 문화권에서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우리도 은근히 서양의 문화를 많이 받아들였기에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부분이 있다.
성경에서는 아담과 하와를 유혹한 악마(사탄)의 화신으로 그려진 이래로.
뱀은 악마, 사탄과 연관되어지면서 대놓고 악마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근데 말이다.. 살짝~ 다르게 생각해보기를 좋아하는 내 관점에서 보면,
'이게 과연 그렇게만 볼 일인가?' 싶다.
인간에게 호기심을 일깨우고, 선과 악을 구분할수 있는 분별력을 얻게한 걸로도 볼수 있지 않나?
난 거의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준 것과 같은 레벨이란 생각마저 든다.
이건 대단한거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여러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사고력'과 '분별력'이니까.
성경이 아닌 신화와 역사를 보면, 뱀? 그렇게 나쁘게 그려진 존재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좋은 이미지가 차고 넘쳐흐르는게 바로 뱀이다.
▶ 성경이 아닌 다른 신화 속에 등장하는 뱀
가장 대표적인 것이 '나가(Naga)'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워크래프트에 나오는 뭔가 타락한 종족 정도로 알고 있겠지만,
사실 나가는 그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들은 '신(神)', 또는 '반신(半神)'으로 그려지며, 산스크리트어로 '뱀'이란 뜻이다.
힌두신화에서 나가는 '신을 도와 세상을 창조하는데 일익을 담당한 존재'로 등장한다.
또한 나가는 사람을 지키고 축복하는 존재다.
인간을 위기에서 구하기도 하고, 깨달음을 주기도한다.
나가는 주로 탑에 살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곤 하는데, 탑은 대체로 신성한 곳을 의미한다.
나가는 탑을 수호하면서 인간에게 지혜를 전해주는 스승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불교에서 부처를 7일간 폭풍 속에서 지켜준 것도 나가였고, 대승 불교를 전수받은 것도 나가였다.
이런 나가가 중국으로 전해지면서 '용(龍)'의 기원에 영향을 주었다.
물, 생명, 크기와 형태를 마음대로 하는 등의 용의 성격은 원래 나가의 것이었다.
바빌론의 창조신 '티아매트(Tiamat)' 역시 뱀의 형상을 취하고 있다.
다리와 젖가슴을 가진 붉은 털의 뱀과 같은 형상으로 그려지곤 한다.
바다의 신인 그녀로부터 바빌론의 모든 신들이 탄생하고, 생명과 세상이 만들어진다.
아즈텍의 신 '케찰코아틀(Quetzalcoatl)'은 '깃털 달린 뱀의 형상'을 취하고 있다.
케찰코아틀은 물과 농경, 바람과 생명 등을 담당하는, 우주의 생성에 관여하는 신이다.
케찰코아틀은 인간에게 우호적인 신으로, 옥수수 씨앗과 용설란을 인간에게 전해준 신이기도 하다.
옥수수는 당시 주식으로 말 그대로 '인간에게 생명을 불어넣고, 유지하게 해준 신'이다.
중국의 창세신화에 등장하는 '여와'와 '복희'씨도 뱀과 관련된 모습으로 등장한다.
여와는 상반신은 우아한 미녀이고, 하반신은 뱀으로 묘사되곤 한다.
곁에 있는 복희씨도 마찬가지로, 상반신은 남자에 하반신은 뱀으로 묘사된다.
홍수가 세상을 휩쓸고 난 뒤, 여와와 복희는 인간을 만들고 그들이 번성할수 있도록 도왔다.
이렇게 여러 신화와 전설 속에서 뱀은 우리가 일반적이라고 알고 있던 선입관과는 정반대로 등장한다.
대부분이 지혜롭고, 호기심이 많으며, 우리에게 우호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특히 생명과 창조, 복을 빌고, 지켜주는 이미지로 등장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리고 이런 이미지는 종교적인 면을 넘어 지금까지도 많이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거다. '세계보건기구(世界保健機構, 영어: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세계보건기구의 심볼은 그리스의 의학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다. 아스클레피오스가 뱀이 약초를 가져와 글라우코스를 살려내는 것을 보고, 존경의 의미로 자신의 지팡이를 휘감고 있는 뱀을 자신의 상징으로 삼았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런 아스클레피오스처럼 인류를 치유하고자하는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다.
▶ 뱀에 대한 선입견, 뱀의 외모
신화나 전설처럼 문화적인 이유도 있지만 사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비호감에 가까운 외모 때문일 것이다.
차가운 눈, 미끌거리는 피부, 그리고 쉴새없이 낼름거리는 혀.
솔직히 쉽게 적응하긴 어렵기도 하고,
대체로 '아~ 귀여워~' 보다는 '허걱!'이 먼저 나오는 반응인 것은 어쩔수 없다. 나도 그렇고.
하지만 이건 그냥 나와 우리의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이지 뱀의 습성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반응은 익숙하지 않아서가 가장 크고, 다음으로 혹시나 독에 대한 공포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은 잘 알지 못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극도로 조심하는 본능을 지니고 있다.
이런 본능으로 인해 그동안 수많은 조상들과 우리가 살아남은 것은 분명하다.
다만, 잘 알지 못해서 조심성이 생기는 건 좋은데, 그렇다고 터부시하면 정말 더 모르게 된다는 점이다.
이건 점점 더 모르게 되고, 몰라서 더 조심하게 되는 무한 반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막상 잘 알아보면,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은데도.
흔히 뱀이 먼저 사람을 물거나 공격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의 뱀은 사람이 먼저 위협하지 않는 이상 건들지 않는게 또 뱀이다.
많은 뱀이 공격전에 또아리를 틀거나 소리를 내서 위협하곤 한다.
내가 뱀에게 공격성을 느낀다는 것은 뱀도 나에게 공격성을 느꼈다는 이야기다.
즉, 뱀이 사람을 물고, 공격한다는 것은 내 입장에서만 봤다는 이야기가 된다.
또, 뱀에 대한 오해 중에 특히 살모사로 인해 생긴 오해가 있다.
바로 '살모사는 새끼가 어미를 잡아먹는다?'
정말일까? 천만에 말씀. 살모사는 알이 아닌 새끼를 낳는다.
하지만 사람이건 뱀이건 출산 후엔 지치기 마련.
지쳐 쓰러진 어미 주변에 있는 새끼들을 보고 인간인 우리가 오해한거다.
옛날엔 장독대나 부뚜막 근처에서 보이는 구렁이나 뱀을 '재신', '재물신'으로 여겼다.
이는 뱀이 저장한 곡식을 훔쳐먹는 쥐를 잡아먹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독대나 부엌에 들어온 뱀은 잡는 법이 아니었고,
특히 부엌에 사는 뱀은 죽여서는 안되는 존재로 여기는 지역도 있었다.
또, 한의학에선 뱀의 껍질은 해열제와 관절염에, 피는 폐병에,
지방은 강장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먹을 것이 부족했던 옛날의 이야기고,
지금은 다른 약재도, 보양식도 넘쳐흐른다.
포획은 엄연히 불법이고, 파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모두 처벌대상이다.
생태계에서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건 다 필요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거다.
단적으로 뱀이 남획된 지역에서는 유행성출혈열 발병이 크게 증가한다.
왜? 천적인 뱀이 사라지면서 매개체인 등줄쥐와 같은 해수(害獸)의 수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https://youtu.be/n7egZMDiTQs?si=ttYa8kSn9u6S7U5G
♬ 뱀이다 - 김혜연
# 마치면서.
뱀. 선입견과 오해로 참 고생하는 동물.
하지만 그런만큼 알고나면 의외로 괜찮은 녀석이 뱀이 아닐까 싶다.
사람도 그렇고, 동물도 그렇고.. 그게 무엇이건 선입견을 가지고 피하기보다는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면서 마음을 열고 다가선다면
좋은 친구가 될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나도 뱀과 그렇게 친한 건 아니지만,
나에게 뱀에 대해서 이런 조심성과 함께 막연한 호기심이 공존하는 것도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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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래곤 길들이기]에서 '히컵'과 '투스리스'가 친구가 되었듯이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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