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2024, 새해, 설날, 용, 청룡
갑진년(甲辰年)의 새해가 밝았다. 그런 의미로 간단하게 용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올해에도1월 1일부터 '이제 청룡의 해가 시작되었다.'라는 이야기가 참 많이 나왔다.
다만, 늘 그렇듯.. 청룡의 해는 1월 1일이 아니라 설날부터 시작하는게 맞다.
뭐 이번 이야기도 대단치 않은 잡설(雜說)이니, 그냥 편안하게 읽어보시라.
○ 진신장(辰神將) 그리고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용띠의 용, 진신장(辰神將)은 십이지신 중에서 유일하게 상상의 동물이다.
방위로는 동동남, 시간으로는 오전 7~9시를 뜻하며,
양기가 발동하는 화창하고 따뜻한 봄날의 계절을 상징한다.
(대략 음력 3월즈음?)
그리고 용띠의 용은 동시에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을 상징한다.
불교를 믿건 안믿건,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보살이 바로 관세음보살이 아닐까 싶다.
관세음보살은 인간 세상의 모든 생명들이 구원의 목소리로 애원할 때
그 소리를 다 듣고 분석하여 소망을 이뤄주는 보살이다.
다른 보살들은 인간을 조율하거나 달래거나 때로는 혼도 내지만,
관세음보살은 소망을 듣고, 같이 고민하고, 이루어줄수 있게 노력해준다.
그러다보니 관세음보살 앞에만 가면 소망을 들어달라고 빌고, 애원하고..
때론 화도 내면서 온갖 지랄이란 지랄은 다 부리는게 우리 인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관세음보살은 참 (사람이?) 성격이 좋아서 그걸 또 다 듣고 있다는거.
그렇기에 우리에게 더없이 친숙하게 여겨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우리 인간들의 욕망이라는게 참 끝도, 크기도, 한계도 없었던 거다.
인간들의 소망이 너무 많고, 그 사연들이 너무도 구구절절한데다
한 두 사람도 아니고 여기저기서 들어달라고 온갖 난리부르스를 추다보니
소망들끼리 서로 엉키고 혼란스러워져 버렸다.
급기야는 관세음보살이 헷갈리는 지경에 이르렀고,
그러다 관세음보살이 부처에게 잘 못 보고하게 되어버린거다.
이에 원래부터 인간을 아끼고 그들의 고뇌를 소중하게 생각하던
관세음보살은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중생을 구원하기 위해
용의 모습을 인간세상에 내려왔다고 한다.
○ 나는 용이로소이다!
▷ 하나. '사서오경(四書五經)'중 오경에 하나인 "예기(禮記)"에는 '신묘한 동물'이라는 뜻으로 '4령(四靈)'이라는 존재가 등장한다. 흔히 '린봉귀용(麟鳳龜龍)'이라고도 불리는데, '기린(麒麟)', '봉황(鳳凰)', '영귀(靈龜, 신령스러운 거북)', '용(龍)'을 뜻한다.
- 기린은 털 달린 동물들의 왕으로 신의(信義)를 상징한다.
- 봉황은 깃털 달린 동물들의 왕으로 '평안(平安)'을 상징한다.
- 거북은 단단한 껍질을 가진 동물들의 왕으로 '길흉(吉凶)'을 예지해주며,
- 용은 비늘 달린 동물들의 왕으로 '변화(變化)'를 상징한다.
사실 '사서오경'말고도 용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오래 전부터 전해져 내려왔다.
그렇다보니 용의 형상에 대해서도 아주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지곤 한다.
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용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용은 돼지의 코, 토끼의 눈, 낙타의 머리, 소의 귀, 사슴의 뿔,
뱀의 목, 잉어의 비늘, 호랑이의 주먹, 매의 발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 용은 다문화시대를 맞이한 현 시대에 어울리는 동물이라는 썰 아닌 썰이 나돌기도 한다.(뭐, 말이라는 것이 해석하기 나름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지라.)
▷둘. 올해의 용은 '청룡(靑龍)'으로 몸이 파란 빛이나 초록 빛을 띄는 용이다.
'사신(四神)', '사방신(四方神)'의 하나인 바로 그 청룡 맞다.
청룡의 '청(靑)은 '창(蒼)'과도 통하기 때문에(둘다 푸르다는 뜻이다.) '창룡(蒼龍)'이라고도 부른다.
청룡은 동쪽을 수호하고, 나무와 봄을 관장하며 당연히 청색, 푸르름을 상징한다.
여기에 용이기 때문에 비와 구름, 바람과 천둥 등을 관장하기도 한다.
▷ 셋. 용은 옛부터 왕과 황제로 대변되는 최고의 권위와 권력을 상징한다.
용이 최고의 권위와 권력을 상징하게 된건 용이 지니는 성격때문이다.
용은 비와 바람을 관장하는 물의 신이다. 그리고 변화와 수호의 신이다.
또한 그 크기를 마음대로 할수 있으며, 웅크리고 있으면 알아볼수 없으나,
한번 솟아오르면 순식간에 구만리 창천으로 뻗어올라가는 것이 바로 용이다.
옛부터 위정자의 책무이자 의무는 물을 관리하는 치수였다.
그래서 왕과 황제의 상징이 되었다.
문제는 이것이 어느 순간부터 단순한 절대 권력을 상징하는 것처럼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왕과 황제를 용에 빚대는 것은 그들의 절대 권력을 지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권력은 동시에 그들의 의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의미였다.
물을 다스려 백성들에게 피해가 없게 하며,
용처럼 자유로이 변화하며 그들을 지키고 수호하라는 의미다.
자신을 낮추어 백성들의 말에 귀기울이고, 그들을 위해 노력하고
커다란 위험이 닥쳤을 때는 창천으로 뻗어올라가는 용처럼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 그들을 지키고 수호하라는 의미였다.
근데.. 이놈의 위정자들은 그걸 항상 망각한다. 성군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래도 언젠가는 기본은 하는 위정자가 한명은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산다.
기대하는 내가 잘못된 건지는 몰라도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명도 기본은 하는 위정자를 만나본 적이 없다.)
▷넷. 용띠는 팔자가 세다!!!
얼마 살진 않았지만 나름 살아온 경험과 주변인등을 살펴보면..
용띠라고 딱히 팔자가 센 것 같지는 않다.
용띠가 팔자가 세다는 말은 "범, 용, 말띠 여자가 팔자가 세다"는 말에서 나온말이다.
욕먹기 싫어서 언제부터인가 [여자]라는 단어를 쏙 뺀거지만.
이를 두고, 흔히 과거 남아선호사상과 그 빌어먹을 유교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소리를 드는 유교 입장에서는 정말 억울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원래의 유교, 유학에서는 남녀의 다름, 차이에 대해서 한 것이지 차별하라는 말은 아니었다.
서로가 다르기 때문에 그 다름을 인정하고, 조화를 이루라는 뜻이었지,
남녀를 갈라치고, 이걸 차별하고, 천대하라고 가르친 적이 없다.
근데 왜 이렇게 유교가 욕을 먹냐고?
그건 유교 자체가 잘못 되었다기 보다도 지 마음대로 해석하고 적용한 치들이 문제였던 거다.
성리학 이후, 과거 고려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기에
상대적으로 여성의 권리를 내리거나 가리는 경향이 등장했다.
'기득권에 의한', '기득권을 위한', '기득권의 해석'이 등장한다.
사림파가 등장하면서 이런 경향이 더욱 심해지다가 여성 천대로 변질되어 간거다.
(고려~조선 초까지만해도 여성의 권리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더 좋았던 부분도 많았고.)
하지만 이런 여성 천대 인식의 결정타는 바로 일제의 잔재다.
조선인을 천하게 여기고, 여성을 소유물의 개념으로 보던 일본의 인식이 결정타를 날렸다.
사실 "범, 용, 말띠 여자는 팔자가 드세다."라는 표현은 일본인들의 미신이었다.
여기에 더해서 나온 표현이 '조선인은 삼 일에 한 번씩 패야 한다.'는 말이었고.
결론.. 용띠라고 팔자가 세다는 말은 말도 안되는 말이다.
○ 마치면서
지난 일년, 긴 레이스를 끝내고 들어오는 토끼에게 수고했다는 박수를 보내본다.
그리고 이제 용이 머리끈 질끈 동여메고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 모두 저 푸른 용에게도 박수를 보내주자.
나도 올해는 푸른 용과 함께 달려볼 생각이다.
혹시 아는가? 나도 용씨랑 같이 구만리 창천(蒼天)으로 솟아오를지?
더불어 한가지 바람을 해보자면..
올해 주무관인 관세음보살님 올해 이 몸도 좀 굽어 살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