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신화, 북유럽신화이야기, 라그나로크, 스노리, 호그스네스
'브란두르(Brandur Kolbeinsson)'는 '토르두르(Þorður kakali Sighvatsson)'의 세력을 확장을 두고볼 수 없었다. 사람의 벽에 둘러싸인 브란두르의 자신감은 끝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그는 과거의 그림자가 짙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브란두르는 호기롭게 아스비르닝 일족과 동맹, 또는 협력하는 이들에게 소집령을 내렸다. 브란두르는 자신이 있는 북쪽 피오르드(Skagafjorður)로 모든 병력을 모아 이번에야 말로 과거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워버리겠다고 다짐했다. 섬은 아스비르닝의 것이다.
에이나르의 마음 만큼이나 현실은 괴로웠다. 게다가 아스비르닝의 요구를 거절할 계제(어떤 일을 할 수 있게 된 형편이나 기회)도 아니었다. 모은다고 병사들을 모았지만 이전의 반도 모을수 없었다. 결국 나이 든 이들까지 동원해서야 겨우 숫자를 맞춰 집결지로 향했다. 집결지에 모인 아스비르닝의 어깨는 이미 승리한 것처럼 기세등등했다. 반면, 동맹군의 어깨는 땅바닥을 파고 들어 지하로 내려가 있었다. 동맹군 중에는 아직 어린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사내아이들까지 보였다. 고육지책이다. 아스비르닝 일족의 요구를 거부하거나 맞추지 못한다면, 다음 전투의 대상은 자신들일 것이기에. 아직 도착하지 못한 동맹군이 많았음에도 브란두르는 작전회의를 열었다. 아스비르닝 일족들은 상석에 자리를 잡았고, 동맹군은 끝자리로 밀렸다. 작전회의는 동맹에게 세금과 병력부족에 대해 조소와 힐난을 퍼붓는 것으로 시작했다. 마치 상전이라도 된 듯한 행동이었지만, 힘이 약한 동맹군은 묵묵히 참아야 했다. 얼마지나지 않아 토르두르가 북쪽 피오르드를 향해 진군 중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작전회의는 중단되었고, 브란두르는 지금 모인 병력들만으로 진군을 결정했다. 아스비르닝 일족이 후미에 섰고, 동맹들은 양치기에게 몰리는 양처럼 진군했다. 브란두르의 군대는 '비디미리(Viðimyri)'를 지나, '호그스네스(Haugsnes)'에 도착했다. 오래 전, 섬에 정착했던 이들이 남긴 이 초기 정착지는 지금은 폐허처럼 변했고, 그 주변으로 몇 군데의 작은 농장들이 남아있었다.
먼저 도착한 것은 토르두르였다. 그는 남쪽 언덕 위의 고지에 자리를 잡았다. 브란두르는 오후 늦게서야 호그스네스에 도착했다. 그는 언덕의 아래로 이어지는 넓은 들판에 자리를 잡았다. 브란두르는 고지를 빼앗긴 것이 아쉬웠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언덕 위로 보이는 토르두르의 병력은 비해 자신이 거느리고 온 병력보다 훨씬 적어보였다. 브란두르는 토르두르의 무능력에 비웃었다. 반면, 똑같이 언덕 위를 본 에이나르는 전혀 다른 생각을 했다. 그동안 경험과 들어온 소문들을 떠올려보아도 언덕 위의 병력은 도무지 말이 되지 않을 정도로 적다. 서쪽 스트를룽 일족만 모아도 저보다는 많을 것이다. 에이나르는 언덕 뒤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 있거나 별동대가 움직이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브란두르는 전방에 동맹군을 두고, 후미에 막사를 쳤다.
브란두르의 아스비르닝 일족은 막사라도 쳤지만, 동맹군의 상황은 그렇지 좋지 못했다. 동맹군은 들판의 군데군데 모닥불을 피웠고, 저마다 그 주위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동맹군의 지도자들이 하나, 둘 에이나르가 피운 모닥불 주위로 모여들었다. 축 쳐진 어깨사이로 저마다 불만과 걱정이 가득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동맹지도자 A : 올해도 농사는 말아먹었군.
동맹지도자 B : 저놈들은 배를 쓸어내리겠지만, 우리는 손가락이나 빨겠지.
에이나르 : 그 쪽은 아이들까지 동원한 것 같던데.
동맹지도자C : 이렇게라도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다음은 우리일지도 모르니까.
약속이나 한듯 한숨이 터져나왔다.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라는 바람은 그저 헛된 것임을 알고 있었다. 긴 침묵이 이어지다가 모닥불 위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대화가 진행되었다. 밤이 깊어갈 무렵, 아스비르닝의 막사 쪽에서 젊은 전사 하나가 에이나르의 모닥불을 향해 걸어왔다. 그는 모닥불 주위로 앉아있는 동맹군의 지도자들에게 다가서다 잠시 멈췄다. 마치 숨이라도 고르는 듯이. 젊은 전사를 보고 누군가 물었다.
동맹지도자 B : 뭐야?
젊은 전사 : 위.. 크흠. 위대한 콜베인의 아들이자, 섬의 유일한 지배자이신 고다르(goðorð : 족장)의 명령을 전하겠다!
동맹지도자 A : 뭐? 뭐라고?
젊은 전사의 말에 모여있던 이들은 기도 안찬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들의 표정이 황당함에서 적의(敵意)로 변하는 것을 느낀 에이나르는 서둘러 동맹지도자들을 저지라도 하듯 손을 내저었다. 젊은 전사는 겨우 소년 티를 벗은 앳된 모습이었다. 갑옷은 새로 만든 티가 역력했고, 방패에는 그 흔한 흠집 하나 보이지 않았다. 얼굴에는 아스비르닝 일족이라는 자부심만큼이나 긴장한 티가 역력한, 말 그대로 젖비린내나는 놈이었다. 에이나르가 말했다.
에이나르 : 말하라.
젊은 전사 : 고다르의 명령이다. 내일 동이 트면 언덕을 향해 돌격하라.
동맹지도자 B : 하! 뭐라고?
젊은 전사의 말에 앉아있던 이들 중 하나가 몸을 일으켰다. 그의 오른손은 도끼 손잡이를 붙잡고 있었다. 젊은 전사의 어깨가 순간 움찔했다. 에이나르가 급히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젊은 전사에게 대답했다.
에이나르 : 알겠다. 이만 돌아가라.
젊은 전사는 낮게 '흥!'하는 소리를 내며 서둘러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 갔다. 몸을 일으켰던 이가 거칠게 바닥에 도끼를 내려놓으며 털썩 주저앉았다.
동맹지도자 B : 저런 애송이까지 아스비르닝이라고 거들먹거리는 꼴이라니!
동맹지도자 A : 토르두르는 저 언덕 위에서 우리를 손바닥 보듯 보고 있는데, 뭘 어쩌라고?
동맹지도자 C : 우리보고 고기방패가 되라는 거야? 퉷!
에이나르는 모닥불 앞에 다시 앉아 눈을 감았다. 에이나르에게 다른 동맹지도자들의 목소리와는 다른 목소리가 그의 마음에 울렸다. 그 목소리는 점차 선명해졌고, 목소리가 선명해질수록 마음 속에 드리웠던 혼란은 잦아들었다.
'난 내 혈육을 향해 칼을 들지 않는다!'
에이나르가 눈을 떴다. 그리고 가만히 주변에 모여있는 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바라보았다.
#북유럽신화, #북유럽신화이야기, #북유럽, #오딘, #토르, #단테, #norsemyth, #dante, #라그나로크, #Ragnarokkr, #스노리, #토르두르, #브란두르, #에이나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