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라그나로크02.폭풍 속으로-둘:검은 산의 연인

북유럽신화, 신화, 라그나로크, 울, 스카디

by 바드 단테

거인들의 땅에 있는 검은 바위산도 눈과 얼음으로 뒤덮였다. 늘 눈과 얼음이 상주하는 곳이었다고 해도 지금은 여느 겨울과는 달랐다. 이곳의 상징과도 같은 검은 바위산이 눈과 얼음에 뒤덮여 검기는 커녕 하얗게 얼어붙었으니까. 겨울과 사냥의 여신인 '스카디(Skaði : 해치는 자)'의 영지인 이곳도 핌불베트르를 피하지 못했다. 이곳의 많은 거인들이 굶주림과 추위에 얼어죽었다. 서리에서 태어난 그들이었지만, 핌불베트르의 추위는 그런 서리마저 얼려버렸다. 스카디는 서둘러 살아남은 백성들을 검은 바위산에 있는 자신의 성채로 피신시켰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스카디는 자신이 할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 자신의 백성들을 돌보았고, '울르(Ullr : 영광이란 의미일 것으로 여겨짐)'는 그녀의 곁에서 묵묵히 그녀를 도왔다. 그러나 운명은 무심하게도 이러한 그녀의 노력을 무산시켜버렸다.


[아스가르드의 저주받을 것들에게 '아우르겔미르(Aurgelmir : 이미르의 다른 이름)'의 형벌을!!]


Skade_by_Saltza.jpg - 스카디, 칼 프레데릭 판 살차 그림(1893,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Ska%C3%B0i)


'흐림(Hrymr : 늙은이)'이 띄운 격문이 온 요툰헤임으로 퍼져나갔다. 각지에서 살아남은 거인들 대부분이 그의 격문에 화답했다. 이제 운명은 피할수 없는 것이 되었고, 그렇다면 그들에게는 피가 되어 흐르는 신들에 대한 적대감은 복수로 이어져야 했다. 흐림의 격문은 검은 바위산에도 도착했다. 스카디는 흐림의 격문을 무시했지만, 그의 백성들은 달랐다. 태반이 넘는 거인들이 스카디와 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성채를 떠나 흐림에게로 향했다. 성채에 남은 백성이라고는 늙고 병들거나, 약하고 어린 거인들 뿐이었다.


[아스가르드의 저주받을 것들에게 '아우르겔미르(Aurgelmir:이미르의 다른 이름)'의 형벌을!!]


성채 밖으로 거인들의 외침이 들렸다. 스카디는 성벽에 올라 자신의 백성들이 거센 눈발사이로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제 다시는 보지 못할 이들. 영지의 백성들은 그녀에게는 혈육이나 다름없었고, 유일하게 남은 가족이었다. 눈발 사이로 사라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스카디는 한명 한명 그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녀가 그들을 추억하려는 동안 그녀의 곁으로 울이 다가왔다. 울은 따뜻하게 데운 미드를 가만히 스카디에게 내밀었다. 울이 건네는 잔을 받아든 스카디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미드를 잠시 바라보다가 말했다.


[떠나도 좋아. 당신도 가족들과 함께 있어야지.]


울은 대답 대신 미드를 들이켰다. 그의 수염에 묻은 미드가 이내 차가운 겨울 바람에 서리처럼 하얗게 얼어붙었다. 울이 대답했다.


[마지막은 반한 여자의 곁에서.]


울의 대답에 스카디가 '쿡!'하며 웃었다. 스카디는 자신의 잔을 울쪽으로 내밀었다. 울은 자신의 잔을 스카디의 잔에 부딪히고는 환하게 미소지었다. 스카디는 아랫입술을 깨물다 엷은 미소를 지었다.


[호인이야. 당신은.]


스카디는 잔을 입으로 가져와 잔에 담긴 미드를 들이켰다. 스카디는 확실하게 마음을 굳혔다. 이곳에서 남아있는 자신의 백성, 아니 자신의 가족을 지킬 것이라고. 그녀의 곁에는 굳건하고 뜨거운 사랑으로 중무장을 한 사내가 그녀를 든든하게 지탱해줄테니 두려울 것은 없다. 그 끝이 종말이라 해도, 모든 것이 사라진다고 해도. 거센 눈보라 저너머에서 거인들의 외침이 작게 들려왔다.


[아스가르드의 저주받을 것들에게 '아우르겔미르(Aurgelmir : 이미르의 다른 이름)'의 형벌을!!]


Ullr.jpg - 스키와 사냥의 신 울, 11세기 룬스톤(출처:https://en.wikipedia.org/wiki/Ull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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