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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손 Jul 22. 2024

독서가 삶에 미치는 영향

누구나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준 책이 몇 권은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연령대별로 심취했던 책이 달랐다.


먼저 책을 좋아했던 청소년기에는, 종류에 관계없이 많은 책을 읽었고 그 내용들을 여과 없이 대부분 사실로 받아들였다. 그 결과로, 책에서 주는 잘못된 정보나 믿음으로 인해 겪어야 했던 삶의 부작용들도 많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나 외계인과 UFO 목격담 및 유리겔라의 초능력과 무속 세계 등을 30대 후반까지도 매우 진지하게 믿었던 것은,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Fiction과 Fact를 잘 구분할 수 있는 나 자신의 판단력이 많이 부족했었고, 냉철하게 과학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진실을 알려 줄 친구나 어른이 주변에 없었던 것도 큰 이유였던 것 같다. 

특히 10대 초반에, 교회에서 나누어 준 책 속에서 본 '하나님을 믿지 않아서 지옥에 온 사람들을 흑두건을 쓴 악마들이 긴 낫으로 해코지(?) 하는 무서운 흑백그림'은 불빛 없는 방에서는 혼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귀신에 대한 공포심 및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트라우마를 오랜 기간 동안 내게 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내 어린 딸이 큰 병에 걸렸을 때, 도움을 주겠다고 찾아온 스님이 전생 업보를 먼저 해소해야 한다고

해서 많은 돈을 시주하고 오랜 시간을 기도했었지만, 어떤 효험도 없었던 것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중년에는 라이얼 왓슨의 '생명 조류'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및 리처드 도킨슨의 '이기적 유전자'와 같은 

생명과 우주에 관한 과학 서적들을 좋아했다. 

그 이유는 유물론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생명의 실상이나 무한한 우주와 여기에 작용하는 물리학적인 법칙과 힘 그리고 생명과 에너지의 순환 등에 대한 석학들의 다양한 생각들이 내가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잘못된 

편견과 트라우마를 깨트려 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기적 유전자'는 어린 시절부터 내가 믿고 있었던 도덕적 또는 윤리적 기준이나 사후세계에 대한 고집스러운 생각들을 모래성처럼 무너지게 만든 책이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몇 가지 문장들은, '아기새가 먹이를 주는 어미새 앞에서 크게 우는 이유는, 천적을 빌미로 

자기 생존을 위해 어미새를 협박하는 행동'이라거나 '사후에 나는 어디에 있을까? 눈앞에 있는 난로의 연통

재료의 일부분이 되어 있겠지?'와 같은 소름이 돋을 만큼 냉정한(?) 내용들이었다.

현대 과학과 생물학이 밝혀낸 진실을 요약해 보면, '인간 역시 모든 생명체를 지배하는 물리적인 힘, 화학

반응, 자연선택 과정에 종속되며 진화해 왔고, 유전자를 통해 그 특징을 후세에 전달해 왔다'이며 

'진화는 생존이 목표이며 특정한 종의 행복에는 무관심하다' 또는 '신성한 우주는 인간의 삶 따위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 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진실을 통해, 나는 불빛 없는 방에서도 귀신을 걱정하지 않고 혼자 잘 수 있게 되었고, 부모님의 제사상에 '어동육서나 홍동백서'의 원칙이 절대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노년이 되어서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은 유발 하라리 교수의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였다. 

이 책들의 매력은, 인간적인 감성이 아닌 Fact를 기반으로 인간과 인류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며, 모든 것을 

과학적인 사고로 분석하고 현재 인류가 당면한 이슈나 미래 예측을 과감하고 논리적으로 하는 것이었다.

특히 서두에 '사피엔스가 언어와 상상력을 통한 협업 능력을 확보하여 최상위 포식자로 성장한 후, 그들의 

번식과 유지를 위해 작은 혹성의 모든 자원을 빠르게 고갈시키거나 변형시키고 있다.'는 내용은 현재 우리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결국 파멸이라는 깊은 우려와 함께, 현대 이데올로기와 정치 프로그램은 인간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이슈도 제기하고 있었다.

또한, 생물학적으로 결코 평등하지도 않고 서로 다른 조건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이데올로기, 국가나 민족, 

종교, 화폐와 같은 '상상 속의 질서라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공동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내용은 각 부문의

리더들이 그 힘을 만들어 내는 원천과 방법에 대해 꼭 생각해 볼 부분으로 보였다. 

예를 들어, 창업하고자 하는 CEO가 있다면 그는 가장 먼저 완벽하게 서로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협력할 수 있도록 반드시 꿈(Dream)과 신화(Vision)부터 만들고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생물학적 관점과 도덕 및 신학적 관점에서 판단하는 옳고 그름의 문제나, 인류 역사에서 평등과 개인적 자유는 양립할 수 있는 가치인가? 인류 역사에는 정말 방향성이나 정의가 있었을까?라는 여러 의문점에 대해, 결국 '역사가 인류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증거는 없으며 개별 유기체의 행복에 절대

무관심하다'라는 냉정한 평가와 사실들을 숫자와 데이터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최종적으로 인류는 AI와 같은 과학의 발전과 빅 데이터통해 과거에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딜레마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와 기준에 대한 많은 혼란을 겪것이며, 결국 호모사피엔스라는 기존의 종은 

절멸되고, 인류 중에 자본과 권력을 장악한 극소수만이 '호모데우스'라는 새로운 종으로 진화하게 될 것임을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미래에는, 생명 공학, 사이보그 공학 비유기물 공학을 활용하여 생명 진화를 자연선택이 아닌 지적설계로 대체할 것이며 이를 통해 컴퓨터와 로봇, 인터넷이 인간과 합쳐져 하나의 유기체가 후, 복제를 통해

'불멸의 삶'을 이어 가는 초인간들이 탄생될 것이며, 그들은 인류가 축적해 왔던 대량의 데이터와 최적의 생존

알고리즘을 통해 이 작은 혹성의 모든 자원을 관리하게 될 것임을 예언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나의 어린 시절은 여과되지 못한 '상상 속의 질서'에 대한 맹목적 믿음으로 인해 Anxiety(불안)와 절제되지 않은 상상력이 주도하는 삶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젊은 시절에는 '사후의 삶에 대한 환상'이 있어 정말 힘들었던 상황을 잘 견뎌내었던 순간도 있었다. 

노년이 된 지금은, 비록 '불멸의 삶'에 대한 관심은 없지만, 많은 독서를 통해 얻었던 석학들의 올바른 지식이

나의 삶을 올바르고 행복하게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생각이며, 또한 나의 부족한 글이 누군가의 삶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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