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 한창 불량식품을 달고 살았을 나이. 준비물을 사고 남은 돈 백 원으로 문방구 안 불량식품 코너 앞에서 '오늘은 뭘 먹어볼까'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었던 그때 그 시절. 어느새 어른이 된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선생님 몰래 씹던 쫀디기를 술안주로 씹고, 문방구 앞에서 구워 먹던 쥐포를 자취방에서 구워 먹는다. 친구들과 공기놀이를 하면서 간식으로 먹었던 꾀돌이는 이제 출근 시간 부리나케 뛰어나가며 입 안에 털어 넣는 아침밥이 되었다.
입안에서 바로 녹아버리는 뽀빠이 속 별사탕처럼 이십 대 후반이 되면서부터 시간은 빠르게 녹아내려갔다. 친구들과 문방구 앞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쥐포를 굽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생각해 보면 이십 대 후반은 참 애매한 나이가 아닐까 싶다. 이십 대 초반처럼 파릇파릇한 아이 같은 느낌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독립할 만큼의 어른이 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마치 아직 완성이 덜 된 불량품 같은 나이랄까. 그러나 백 퍼센트 완성이 되지 않았다고 하여 지금의 나이를 실패의 나이라고 쉽게 단정 짓는 것은 잘못된 생각일 것이다. 사람은 언제나 부딪히고 걱정하고 고민하고 불안해하며 성장하는 법이니까.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완벽하지 않아서 더 멋지고, 더 예쁜 나이.
그러나 이십 대 후반이 아니어도 좋다. 지하철역 안 새로 생긴 세계 과자 전문점 앞에서 서성거리며 옛날에 좋아했던 불량식품을 찾아본 적이 있다면, 혹은 집 근처 문방구를 지나가며 잠시 옛 추억을 회상해 보았던 경험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이 이야기와 함께할 자격이 충분하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우리는 모두 불량(식품을 사랑)한 아이들이니까. 어른과 아이 사이, 한 때 불량 식품 좀 먹어본 사람이 쓰는 추억과 공감 이야기. 자 다음 글을 읽기 전에 어서 집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가라. 그리고 가장 맛있어 보이는 불량 식품을 구입한 후 마음껏 먹으면서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