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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으로의초대 Jan 22. 2023

연휴에 읽은 책 두 권과 영화 두 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번 연휴에는 시댁에 내려가지 않아 유독 시간이 넘쳐흐르는 연휴였다.

거기에다가 남편이 아이까지 데리고 시댁에 내려가서 정말 몇 년 만에 혼자 조용하게 보내는 연휴인 것 같다.

아직 연휴의 끝도 아닌데, 오늘 저녁이면 시댁에서 남편과 아이가 올라올 예정이라서 오늘이 나에겐 연휴의 마지막날인 것처럼 느껴진다.


최근 '최강의 식사'라는 책을 읽고 식사를 최대한 건강하게 하려고 마음을 먹어 2주 정도 실천에 옮기고 있는 중이다.

홀로 맞는 연휴 첫날, 연휴 동안의 입 터짐을 방지하고자 미리 장을 봐두었고, 계속 집에서 요리를 해서 끼니를 챙겼었다. (나 자신 칭찬해.)

카페나 디저트 배달도 자제하려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주변에 나가서 사 먹거나, 사 오거나 했었다.

근데 오늘은 마지막날이니까, 그동안 고생한 나를 축하하고 즐기기 위해서 점심엔 버거를 배달시켜 먹었다.

(근데 버거보다는 배달 최소 금액을 맞추기 위해서 깍두기로 시킨 치킨 텐더가 더 맛있었다.)

(그리고, 연휴 동안.. 고생한 거.. 맞아?)




연휴를 맞아 그동안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미뤄두며 읽지 못했던 책과 영화를 봤다.

퇴근하고 고된 몸을 지니고 집에 오면 저녁 먹고, 아이랑 놀아주다 보면 저녁에 아이와 함께 기절하듯 잠들고, 아침에는 좀비처럼 일어나 출근하는 매일같이 똑같은 일상을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늘 시간이 부족하다.

(그리고 왠지 모르는 무력감과 내일을 살아야 한다는 부채의식(?) 같은 것이 늘 마음속에 있어 쉼에 대한 강박 같은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콘텐츠를 읽고, 보는 것은 늘 가장 후순위로 밀린다.)



영화 두 편은 '수리남'과 '러브레터'.

러브레터는 전에도 두 번 봤던 작품인데 다운로드 폴더함에 있던 것을 우연히 클릭했다가 홀린 듯이 2시간을 보고 말았다. 전에 러브레터를 볼 때는 와타나베 히로코와 후지이 이츠키가 누가 누구인지 계속 몰랐었다. 왜 그냥 같은 사람이 두 번씩 나오는지 혼란스러웠다는 느낌뿐... (그전에 두 번이나 봤는데, 난 도대체 무엇을 본 걸까.) 하지만 이번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인지했고, 마지막에 보낼 수 없는 편지를 쓰는 장면에서는 마음이 아렸다. 확실히 러브레터는 클래식하고 당대에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인만큼 보는 사람의 마음을 저릿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영화다. 95년 작품이니까 벌써 30년 전 작품인데도 너무 재밌게 봤다.


수리남은 주변에서 워낙 추천이 많고 칭찬이 자자해서 계속 봐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개인적으론 마약이라는 소재 때문에 거부감이 있어서 계속 보지 않았다. 이번 연휴에는 흡인력 있는 작품을 선택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작품에 빠져들고 싶었고, 그래서 수리남을 선택했는데, 결과적으론 잘 한 선택이었다. 아, 흡인력으로 따지면 사실 요즘 최고 화제작인 '더글로리'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리고 극 중 주인공이 해당 마약사건에 연루되게 된 계기가 자의가 아니었다는 점이 시청자에게 (적어도 나에게는) 마약 소재의 시리즈물을 본다는 부채의식을 좀 덜어준 것 같다.



책은 임선우 작가의 '유령의 마음으로'와 심너울 작가의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다.


유령의 마음으로는 민음사TV를 통해서 이미 접했던 적이 있고 익숙한 작품이긴 했으나 작년에 읽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몇 주 전, 교보문고 작가 50인이 선정한 '2022년 올해의 책' 3위에 선정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당장 읽어보기로 마음먹고 주문했었다. 교보문고에서 바로드림을 통해 구매했는데 표지가 양장이 아니라 파본이 와서 두 번이나 헛걸음하게 했던 책이다. (그렇게 어렵게 파본이 아닌 것을 받았는데, 이번 연휴에 책 읽다가 물 흘린 줄 모르고 책을 위에 뒀다가 결국 표지가 우글우글해져서 마음이 아프다.)


책 내용은 호러물인데 따뜻한 호러물이다. 유령이 나오는데 유령이 나 자신보다 내 마음을 더 보듬어준다. 이번 연휴 때 방에서 혼자 잠들기 전에 이 책을 보곤 했었는데 그러면 갑자기 무섭다가도, 그 유령이 내 마음을 알아준다고 생각하니 퍽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또, 책에 실린 모든 단편이 알차서 좋았다. 좋아하는 작가의 단편집을 읽다가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소설들이 있기도 마련인데, 모든 소설이 따뜻하고 알차고 기발해서, 좋았다.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는 내가 좋아하는 안전가옥 쇼-트의 01번 소설집이다. 근 한 2년 간 한국소설을 꾸준히 읽어온 결과, 나는 지극히 현실적인 소설도 좋아하지만 SF 장르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연휴 때 이 두 권을 골랐는지도. 이 책도 역시 따뜻하다. 서대문구 마포구라느니, 경의중앙선이라느니, 책 안에서 사용되는 지명들은 지극히 현실적인데 일어나는 모든 사건이 비현실적이어서 유쾌하고 자꾸만 웃음이 나는 책이다.




아침에 커피값을 아끼기 위해서 CU에서 아메리카노를 사 왔는데, 맛있었다.

(편의점 커피가 진짜 생각보다 더 맛있다.)

냉장고에 마카롱이 한 개 남았는데 커피랑 먹어야 꿀맛이니 커피를 사 올까 아님 카누를 타먹을까 고민한다.

이런 고민을 하면서, 책을 읽다가도 노래를 듣다가도 이런 사소하고 쓸데없는 고민을 하면서 연휴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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