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은 놀부심보를 자극하는 경기인가?

다른 나라 선수가 자빠지니 좋아?

by 리버

새벽에 잠이 안 와 tv를 켰더니 동계올림픽을 생중계해주고 있었다.

마침, 스노보드 빅에어 여자부문 결승전에 우리나라 유승은 선수가 진출한 경기가 중계되고 있었다.

총 3번의 시도 중 유승은 선수는 1차와 2차를 모두 높은 점수로 성공하는 바람에 거의 경기 내내 1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2차 시도 후, 유승은 선수가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아지자, 다른 선수들의

경기가 그때부터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스키.jpg 자다가 일어나서 보면 경기장면이 너무 시원해서 눈이 절로 간다.


마치, 놀부가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은 듯, 유승은 선수와 경합을 벌일 가능성이 높은 선수가

시도를 하게 되면, 마음속 깊은 곳 어디선가

'자빠져라, 자빠져라'

라는 주문을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되새기고 있었고,

시도를 한 다른 나라 선수가 정말 자빠지면, 주먹을 불끈 쥐며 "아싸' 하고 쾌재를 부르다가도

많은 회전수와 함께 안전하게 착지를 하면, 깊은 탄식을 하면서 느린 화면으로

다시 재생되는 화면을 보면서 행여나 손으로 바닥을 짚지 않았는지 그야말로 화면은 뚫어지게,

눈알은 빠질 듯이 보다가 아무것도 짚지 않은 것을 보면, 괜한 욕을 혼잣말로 하기도 했다.


마지막 3차 시도를 할 때쯤에는 계속 경기를 집중해 보았기에 경기를 보는 눈이 생기기 시작해서,

일본의 무라세 코코모 선수가 마지막 3차 시도를 할 때는 점프한 뒤, 화려한 회전연기를 보이는 순간,

고득점을 받겠다는 위기감이 들며 숨이 턱 막혔고, 0.1초도 안 되는 착지의 순간에는 정말이지 간절하게

완전히 자빠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안전하게 착지한 순간, 그야말로 좌절감에 김이 쭈욱 빠지면서

"독한 x"

라고 조용히 읊조렸다.

넘어ㅈ.png 나 이런 거 원했는데, 못 됐죠?


결국, 유승은 선수는 거의 경기 내내 1위를 유지하다가 두 선수에게 역전을 당해 나의 기대와

달리 동메달에 그쳤고, 나는 뉴질랜드 선수와 일본 선수가 자빠지지 않은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많은 선수가 자빠졌는데, 하필 둘은 왜 안 자빠졌지?라는 유치한 생각을 좀처럼 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다음 날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를 보면서 내가 헛된 기대감과 괜한 놀부심보를 갖고

올림픽을 삐딱한 정도가 아니라 왜곡된 시선으로 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동계스포츠 기록경기들은 특성상 가장 기록이 좋은 선수들이 맨 뒤에 경기를 하게 되어 있다.

유승은 선수가 1차와 2차에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3차에서 가장 마지막에 출전한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해야 기록도 좋아지면서 신기록도 나오고 경기는 더욱 흥미로워진다.

또한, 선수들의 실력이 가장 정당하게 평가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한 모양이다.

언뜻 보기에는 마라톤 경기에서 막바지에 안타깝게 추월당한 것 같은 모습이지만, 실제는 거의

실력이 수렴된 결과가 나온다.

다만, 얼음 위에서 펼쳐지는 경기이기에 하계올림픽 보다 변수가 많지만, 그것은 동계스포츠의 단점이지만, 특징이면서 드라마틱한 스피드를 낼 수 있는 장점이기도 하다.

빙판.jpg 동계 스포츠가 다 저렇게 아슬아슬하게 지탱한 상태이기에 늘 불안하지만, 그게 긴장감을 올려주기도 한다.


4년 만에 너무 오랜만에 동계스포츠를 보다 보니, 그 점을 까먹고는 괜한 기대감이

놀부심보와 만나 고약한 마음으로 남이 자빠지기만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선수들은 진짜 승부처는 맨 마지막이라는 것을 상식적으로 알기에, 스노보드 빅에어에서 역전을 당한

유승은 선수나, 뉴질랜드의 조이 선수도 1위를 해 금메달을 딴 일본 선수를 구김살 없이 활짝

웃으며 축하해 줄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른 경기애 서도 선수들이 순위가 역전된 뒤에도 활짝 웃으며

축하해 주는 모습은 쉽게 자주 볼 수 있다.(물론, 그렇지 않은 선수도 있지만, 사람 사는 세상에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있는 법이니까...). 아쉽거나 아까운 역전이 아니라 실력이라는 것을 그들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베라가 했던 말

"끝날 때까지 끝이 난 것이 아니다."

는 어쩌면 동계올림픽에도 참 잘 어울리는 말인지 모르겠다.



넘어짐.png 넘어지는 선수는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어요?

행여나 정말 운이 안 따라 자빠지는 선수 때문에 우리나라 선수가 순위가 올라갔다고

너무 좋아하지도 말고, 우리나라 선수가 넘어졌다고 안타까워하는 것은 좋은데, 화 내지는

말자. 얼음 위에서 하는 스포츠가 다 그렇지 뭐!

그런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더 우리를 즐겁게 흥분시키고 고조시키는 것 아니겠는가?

행여나 지금까지 놀부심보로 다른 나라 선수가 자빠지길 기대하면서 보았다면, 그런 마음을

버리고 보는 순간부터 아슬아슬한 눈과 얼음 위에서 펼쳐지는 선수들의 놀라운 기량이 더 잘 보이면서

절로 감탄이 터질 것이다.


4년 만에 한 번 보는 빅이벤트인데, 놀부심보로 보는 것은 이 큰 이벤트가 너무 아깝지 않나?


스노보드.jpg 놀부심보로 자빠지기 바라면서 보면, 저런 멋진 장면을 놓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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