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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버 Mar 31. 2024

음주 면허 어때?

나이 들었다고 다 성인이 아니에요

길거리에서 술 먹은 아저씨들의 싸움을 본 적이 있다.

성인이지만, 아이들의 싸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온갖 욕설을 주고받다가 서로 억지를 부리더니 아이들 싸움과 다른 멘트가 드디어 등장한다.

"너 몇 살이야?"

"그럼, 넌 몇 살이나 쳐 먹었어?"

"뭐? 60살이다. 새꺄!"

"난, 61살이다 이 어린놈의 새끼야!"

남자들 싸움에선 나이가 적으면 살짝 기세가 눌린다. 

그렇다고 물러설까? 아니다.

"주민등록증 까 봐! 이 새끼 뻥치는 것 같아!"

"이 씨발놈이 네가 뭔데, 주민등록증을 보자는 거야? 네가 경찰이야? 이 씨발놈아!"

"뭐라고? 이 등신이 죽고 싶나?"

라며 멱살을 잡고는 길바닥에 쓰러져 뒤엉키더니 용케도 상대 뒷주머니에 있던 지갑을 꺼내고는,  

펼쳐서 본 뒤에 상대에게 집어던지면서,

"이 새끼! 이럴 줄 알았어. 나보다 네 살이나 어린 새끼가 싸가지 없이!"

그 뒤로는 요란한 개싸움이 진행되다가, 말리는 사람들에 의해 중단되었다. 

어른이라고 품위 있게 싸우는 인간 흔치 않다.

어려울 때나 위기가 닥쳤을 때, 유아적인 본성을 숨기지 못하는 거다.

성장하지 못한 인간은 자신의 바닥을 쉽게 드러내기 마련이고,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그게 정신은 아직 학창 시절에 머물러 있는 반면, 사회에 나가서 성인이 되기 위한 독서나 사색, 제대로

된 여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유치한 싸움은 지하철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만큼 유치하고 어린 성인이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게다가 술을 먹고 나니, 성인이 되어

배운 쥐꼬리만 한 자제력도 잃어버리고 만다.


나이가 든다고 성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육체적, 법적인 성인일 뿐, 정신적으로는 유아적인 인간들이 앞서 언급된 싸움의 주인공 같은

인간들이다. 길거리에서 흉하게 보일지 알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저런 개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정당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목소리까지 괜히 

커지니 흉하기 이를 데 없다. 

그리고.... 상당 수의 저런 싸움이 술 먹고 벌어진다.


술을 절제하지 못해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 사고는 뉴스를 통해 자주 접한다. 술을 절제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성인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술에 관한 한 성인의 자격이 부족한 인간들 상당 수가

술을 마시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술만 그런가? 담배는 내 개인적인 건강문제라 생각하는 데다가, 증상이 쉽게 드러나지 않으니

절제력이 더 떨어진다. 인성이 덜 된 인간들은 소위 말하는 '길빵'을 시전 하면서 담배연기를 마구 뿜어

대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성인이 되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술, 담배로 인한 폐해는 너무 많다. 게다가 사적인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이기에 그 폐해의 규모는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클 것이다. 

그게 다 성인이 되었음에도 정신적인 성숙이 미숙하기 때문은 아닐까?


면허를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 성인이 되면, 병원에 가서 간과 폐의 건강상태를 진단받고,

필기시험과 면접을 본 결과를 합쳐서 운전면허처럼 상태가 좋으면 1급, 그보다 못하면 2급. 당신은 

누가 봐도 술고래인데 인성도 되었다 싶으면 특대형 면허를 주어 마음껏 마실 자격을 준다. 

그리고, 면접 과정에서 지가 술 잘 마신다고 남에게 술을 강제로 먹이는 인간들은 반드시

걸러내야 한다. 술 먹고 싶으면 지 혼자 처먹을 것이지, 못 먹는 사람 강제로 먹이는 인간들은

걸러내고 위반할 시에는 법적인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


담배도 마찬가지로 폐 검진 상태에 따라서 1급, 2급 등등 등급을 주고, 필기시험과 면접을 통해

'길빵'의 위험이 없는 인간들에게는 야외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특수 면허를 준다.

이런 식으로 면허를 딴 인간들이 술, 담배를 한다면 세상이 조금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


더 나아가 정치권에도 이런 제도를 제안하고, 총선에서 공약을 내세우는 정당이나 후보가 있다면

강력히 밀어주어 법제화를 서두르면 세상이 나아질까?


이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한 적이 있다. 모두 내 머릿속에서 공상했던 쓰레기 같은 상상일 뿐이다.

걱정하지 마시라. 오해하지도 말고. 먼 미래에 빅브라더가 출몰한 세상에서 벌어질지 모르겠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미 1930년대 미국의 금주법이 낳은 부작용을 역사적으로 알고 있지 않은가?

술, 담배를 마구 통제했을 때, 그 부작용이 풍선효과로 극대화되면, 그 규모와 부작용이 어떻게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많은 주당들이 오늘도 술을 마시면서, '언젠가는 끊어야지.'라고 의미 없는 공염불 같은 결심을

영혼 없이 종종 한다. 나도 술주정뱅이기에 종종... 그것도 술을 쳐 먹으면서 금주를 결심하지만,

스쳐 지나가는 바람의 찰나의 순간에도 미치지 못하는 짧은 결심일 뿐이다. 나 스스로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술의 절제에 관해서는 난 성인이 되지 못했다. 나 같은 성인은 사실, 술을 못 먹게

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모든 것을 끊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 같기도 하다.


술을 오랜 세월 마시다 보면, 내 주량을 자연스레 파악하게 된다.

여기서 주량이라는 것은 음주량과 음주 횟수를 의미한다. 그런데, 술을 절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사실상 자신의 주량을 넘어서고 있다는 말이다. 내 주량을 파악하는 것은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경험을 통해 어느 정도 객관성도 갖게 된다. 그런 객관적인 판단이 있음에도 

절제력을 갖는 것은 쉽지 않다. 절제력에 대해 우리는 성인 수준의 교육을 받은 적이 거의 없으니까.

그저 분위기에 따라, 혹은 기분 전환 하고 싶으니까 마신다. 다행히  그 정도에서 관리가 되는 

사람이라면, 술 마실 충분한 자격이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자신이 어느 정도 수준의 주량을 넘어설 때는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객관적인 방식을 내 주관적인 판단에 도입해 스스로에게 제어할 장치를 마련하는 방법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 자신에게 자격을 부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든 생각이 공상으로 흘러가다 보니 국가적으로 면허를 도입하면 어떨까 하는 것까지 갔지만,

지금 당장 나 스스로 술 때문에 문제가 되어 일상에 지장을 받거나, 좀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데

방해를 받고 있다면, 한 번쯤 스스로에게 자격을 부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웃기는 생각일 뿐일까? 주변에 스스로 횟수와 양을 조절해서 마시는 사람이 있는데, 

꽤 어른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한 번 도전해 보려 한다. 자신을 제어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어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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