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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짹짹 Nov 10. 2021

제가 낙찰자라고요?

첫 경매, 첫 낙찰, 첫 명도 / 2편

입찰 준비


Part 1. 손품 발품

입찰 물건을 정하고 나서는 열심히 손품, 발품을 팔아 해당 물건에 대해 자세히 알아봐야 한다. 특히 권리분석을 통해서 해당 물건에 얼마만큼 시간과 자본이 투자되어야 할지 판단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임차인은 있는지, 임차인이 있다면 배당을 받는지, 낙찰자가 인수해야 하는 임대료가 있는지, 관리비가 얼마나 연체되었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난생 처음하는 경매였기 때문에 겁이 많이났다. 학원 선생님이나 경매를 잘 아시는 분들에게 재차 물었다. 혹시라도 해당 물건에 우리가 모르는 문제가 있는지 말이다.


그다음은 발품이다. 경매는 일반 부동산 매매와 다르다. 입찰하고 싶다면서 초인종을 띵동 누를 수 없다. 하지만 단지 주변, 단지 ,  앞이라도 가보면서 최대한 정보를 빼내야 한다. 그런데 사실 나는 이 작업을 거치지 않았다. 이미 잘 아는 동네이기도 하고, 블로그나 카페에 해당 물건 임장 후기가 많았으며, 무엇보다 많이 바빴다. 사실 이렇게 무모하게 투자를 하면 안 되는 게 분명한데, 너무나도 바빴다. 그리고 마음 한편에 첫 번째 도전이니 낙찰받지 못할 거라는 마음이 컸다.  


Part 2. 보증금 준비

입찰을 하기 위해서는 보증금이 필요하다. 물건 최저가 금액의 10%를 준비해야 한다. 내가 들어간 물건은 1.8억이 최저가였다. 고로 1.8천만 원이 필요했다. 현금은 모두 주식에 들어가 있었다. 주식을 조금 정리하면 될 테지만, 아주 꽉 물려있어서 신용대출을 받기로 했다. 대출을 받으려 은행에 갔는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불과 몇 달 전 신용대출 상담을 받았었는데 그때는 연봉의 2배까지 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대출을 받아 놀까 하다가 당장 쓸 돈도 아닌데 굳이 이자를 내냐는 마음에 넘기고, 그로부터 두 달 뒤에 다시 상담을 받았을 때는 연봉만큼, 현재 시점에서는 이미 있는 학자금 대출을 제외한 금액까지밖에 안 된단다. 마이너스 통장이라도 뚫어놓을 것을…후회막심이었다.




입찰 당일


Part 1. 입찰서류 제출

얼마에 입찰할 것인지는 미리 생각해 놓아야 한다. 실거래가, 호가, 집 상태(추측이겠지만), 주변 시세, 경매 난이도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낙찰가액을 결정해야 한다. 눈치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최선의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낙찰가를 생각해놓고 당일에 실거래가 찍힌 건 없는지, 호가가 새로 등장한 건 없는지 등을 다시 한번 살피자.


입찰은 법원 경매계에서 진행된다. 공매는 전자입찰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경매는 꼭 법원에 찾아가야 한다. 피 같은 연차를 쓰고 법원에 갔다. 대부분의 법원에서는 여러 물건을 모아 한꺼번에 진행한다. 그래서 우리 물건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들어가는지 알기가 어렵다. 여러번 당부해도 모자라지 않은 것은 낙찰가액은  자릿수를 맞게 썼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간혹 1억을 10억으로 써서 보증금 날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피 같은 내 돈 잃지 말아야지.


법원경매 홈페이지에는 낙찰기일이 명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2021년 11월 11일 11시라고 명시되어 있다면, 11시가 입찰 시작시간이다. 나는 마감시간으로 착각하고 꼭두새벽에 출발했는데 말이다. 하지만 마감시간은 법원마다 다르니 꼭 확인해 보고 시간 맞춰 가자. 또 현장에서 입찰서류를 쓰는 경우에는 곁눈질을 조심하자. 남들보다 1원만 높게 쓰면 낙찰이 결정되는 시스템이다. 다른 사람들이 내 입찰 서류에 눈독 들이지 않게 조심하자. 나는 혹시라도 실수가 날까 봐 입찰서류를 전날 작성해 갔다.


Part 2. 낙찰 발표

법원경매는 당일 입찰, 당일 발표 시스템이다. 입찰 서류 게시부터 약 1시간 30분 후에 입찰이 마감되고 바로 발표가 시작된다. 하루에 여러 물건의 입찰이 동시 진행되기 때문에, 입찰 마감 시간 후에는 법원 관계인들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입찰함을 열고 물건별로 서류를 정리한다. 당일 경매물건이 많아 입찰 서류 정리하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판사님으로 보이시는 분이 우리 물건 번호를 부르고, 입찰자들을 호명했다. 우리 물건에 입찰한 사람은 20명이 넘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입찰할 줄 몰랐다. 남자 친구와 같이 갔던 터라 우리 입찰금액에는 절대 되지 않겠거니 하고 내기까지 했다. 남자 친구는 내가 쓴 입찰금액에 4천은 더 한 금액에 낙찰될 것이라고 하고, 나는 플러스 2천 정도에 낙찰될 거라고 배스킨라빈스 쿼터를 걸었다.


그런데 내가 이겼다! 그것도 내가 낙찰돼서 이겼다! 얼떨떨했다. 절대 안 될 거라고 생각했고, 빨리 보증금 찾아서 은행에 입금시키고 점심이나 맛난 거 먹으러 가야지 싶었는데, 낙찰받게 되었다. 나머지 입찰자들이 보증금을 되돌려 받는 동안 어리둥절한 채로 앞 좌석에 앉아 오만가지 생각을 했다. 임차인이 있던데 안 나간다고 버티면 어떻게 하지? 대출은 잘 나오겠지? 전세를 내보내야 하나? 아님 내가 살아야 하나?


점심 먹는데 밥맛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머리가 복잡했다. 다른 곳에 사둔 아파트도 아직 명도를 못 끝냈는데, 낙찰까지 받게 되니까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고비고비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한편 너무 높게 낙찰받은 건 아닌지,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되는 꼴이 날까 봐 무서웠다. 이 또한 즐기자고 마음을 다잡기까지 한참이 걸린 것 같다.





첫 경매, 첫 낙찰, 첫 명도 /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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