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매, 첫 낙찰, 첫 명도 / 3편
Part 1. 최고가 낙찰 결정
2~3주 정도 후에 최고가 낙찰 결정 통지서가 왔다. 내가 최고가 낙찰자이며, 잔금은 언제까지 내야 하는지 등의 안내가 써져있었다.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본격적으로 대출 실행 날짜를 정하고, 낙찰통지서를 가지고 임차인에게 찾아가야 했다. 사실 얼떨떨한 첫 낙찰 이후 잔금 납부보다 두려웠던 건 명도였다. 아무리 대출이 잠겼다지만, 무주택자에게까지 잠가놓지 않을 걸 알기에 잔금은 무리 없이 치를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명도는 달랐다. 거주자가 내가 무주택자라고 집을 쉬이 넘겨줄 리는 만무했다. 물론 명도를 대신해주는 대행 서비스도 있다고 하지만, 겁부터 먹고 시도조차 안 할 내가 아니었다. 첫 명도를 앞두고 책 속에서 봤던 무시무시하던 일들이 떠올랐다. 명도 합의를 못해서 결국에는 강제집행을 해서 시간 낭비를 하거나,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어서 복귀하느라 돈 낭비를 하거나, 임차인과 심하게 다퉈 감정 낭비를 했던 사례들이 눈앞을 아득하게 했다.
다행히도 내가 받은 물건은 낙찰 차액이 남았다. 따라서 채권 금액을 뺀 나머지 차액은 채무자가 받을 수 있었다(물론, 해당 물건을 저당 잡아 빌린 돈 말고도 또 다른 빚이 있다면 그 금액조차 압류당할 수 있지만 말이다).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하지 않고 살고 있던 터라 분명 가족 관계일 것이라 생각했다. 채무자와 임차인이 가족 관계라면, 낙찰 차액도 있으니 무리 없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이 있었다.
학원에서는 임차인에게 먼저 내용증명을 보내라고 했다. 생애 처음으로 내용증명을 썼다. 내용증명을 우편으로 보낼 때는 우체국이 한 통, 내가 한 통, 수신인이 한 통 총 3통이 보관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내가 낙찰자라는 것과 이사 날짜 등을 협의하기 위해 연락하라는 내용을 연락처와 함께 적어 보냈다. 내용증명을 송달한 지 일주일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낙찰자에게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냥 무시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연락이 안 된다면 대면해야 한다. 찾아갈 때가 된 것이다.
Part 2. 연락처 알아내기
최고가 낙찰결정 통지서를 가지고 법원으로 향했다. 물건의 이해관계자는 관련 서류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하지만 법원 워킹 아워 안에 가기 위해서는 연차를 써야 했다. 경매 관련된 일들로 연차를 써야 할 날들이 많을 것 같아 아끼고 또 아껴야 했다. 3시간 시차를 쓰고 법원으로 향했다. 법원까지 가는 데만 1시간 정도 걸렸다. 법원에 도착하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퇴근시간에 또 학교까지 가서 수업을 들어야 했기 때문에 그리 여유롭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경매 서류를 열람하기 위해서는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정부 수입인지'를 은행에서 따로 사서 제출해야 한다. 법원에서 은행이 어딘지 몰라 헤매다가 시간 낭비까지 했다. 조급한 마음으로 일을 하다 결국 멘붕이 오고 말았다.
서류에는 채무자 혹은 임차인의 연락처가 없었다. 경매 서류는 몇 달 간의 페이퍼 작업을 모아놓기 때문에 그 양이 상당하다. 그래서 남자 친구와 같이 가서 둘이 꼼꼼히 보기로 한 거였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 올 수가 없었다. 시간은 없는데, 그 많은 서류를 혼자서 봐야 했고, 경매 담당자는 어차피 임차인 연락처는 없을 거라며 실망스러운 소리를 했다. 결국 수업 시간에 늦을까 봐 서류를 꼼꼼히 보지 못한 채 법원을 나섰다. 연락처를 구하지 못하면 무작정 찾아가서 기다려야 하는데, 그럼 또 다른 시간낭비를 하게 되기 때문에 정말 실망이 컸다. 결국, 남자 친구와 한번 더 법원을 갔다. 다행히 대출 서류에 채무자 연락처가 적힌 걸 발견했다.
Part 3. 임차인 만나기
법원을 나서며 바로 채무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전화를 받으셨다. 수신자는 어르신이었다. 사업을 하시다가 돈이 필요해 아들 내외에게 살라고 주었던 집을 저당을 잡았고, 사업이 잘 풀리지 않아 이자를 갚지 못하자 결국 그 집이 경매에 넘어간 것이다. 자기 잘못이라고 한스러워하는 할머니의 사연을 가만히 들었다. 훌쩍이는 할머니의 목소리에 나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어떻게 위로의 말씀을 건네어야 할지 몰랐다. 그래도 낙찰차액은 잊지 말고 챙기시라는 말밖에는 해드릴 수 있는 말이 많지 않았다. 힘내시라고, 더 잘 풀리실 거라고 진심을 담아 말을 전했다. 다행히 지금 살고 있는 아드님의 연락처도 주셨다. 이제 아드님인 임차인을 만나 이사날짜를 정하는 마지막 산만 넘으면 된다.
사실 법원을 한 번 더 가기 전에, 임차인에게 직접 찾아갔었다. 아무리 벨을 눌러도 묵묵부답이었다. 불은 분명히 켜져 있었는데 초인종 소리에는 답이 없었다. 한 2~3시간은 기다렸을까. 계속되는 벨소리에 임차인 아들로 보이는 분이 나왔다. 아버지가 집에 없으니 다른 날 오라는 말이었다. 내용증명을 주며, 여기에 적혀있는 연락처로 연락을 달라고 하고 아파트를 나왔다. 그렇게 또 일주일이 지났지만, 연락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법원에 가 서류를 뒤진 것이었다. 호의적이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아드님 연락처를 받았을 때도 속 시원한 마음만 드는 건 아니었다. 전화를 안 받으면 어쩌나, 전화를 받았는데 냅다 화를 내면 어쩌나, 온갖 걱정을 안고 전화번호를 눌렀다. 다행히 전화를 받으셨다! 전화를 받아 자초 지명을 설명하니 생각보다 쉽게 만남에 응해주셨다. 산이 생각보다 높지 않음을 확인한 쾌재의 순간이었다.
첫 경매, 첫 낙찰, 첫 명도 / 4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