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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의투영 May 30. 2024

나에 삶의 조각들

29.  수목원 산책

 봄과 여름의 중간 사이에 있는 5월. 곧 완연한 여름이 온다. 내가 일하는 하우스 안은 11시를 넘어가면 숨이 턱턱 막히기 시작한다. 점점 그 시간이 앞으로 당겨지겠지?

주문한 택배가 도착을 했다. 엄마의 시원한 여름 티셔츠가..

마침 남편은 마이스터 대학에서 회식을 한다고 했다. 학원에서 나오는 아이들을 태우고 친정 집으로 향했다.

아싸~ 저녁 해결. 매일 무엇을 해 먹어야 할까? 고민이다.


내일은 쉬는 날이다. 엄마께 영화를 보러 가자고 이야기를 하면서 영화 상영 시간을 검색해 본다. 엄마께서 파묘가 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동안 바빠서 미루다가 영화가 끝이 나버렸다.

조금 더 서둘러 볼 걸.. 후회가 밀려온다.

다른 거라도 보자며 영화 제목을 읽어 드렸다. 볼만 한 것이 없다고 하신다.

그러다 수목원에 전동관람 투어 버스가 생겼다는데 그거라도 타보자고 제안을 했다. 그럼 김밥도 싸가자고 하셔서 소풍 가는 기분으로 가보자고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서 김밥 재료와 과일을 조금 샀다. 동생에게도 가자고 전화를 했다.

교육청에서 하는 성교육 관련 연수를 신청했단다.

어차피 점심은 먹어야 하니 끝나는 대로 수목원으로 오라고 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김밥용 밥을 하고 재료를 준비 한 뒤 김밥 10줄을 쌌다. 아이들과 남편의 아침은 김밥이다. 다들 김밥을 좋아해서 즐거워 보였다. 남편 점심으로 먹을 것을 챙겨 두고 아이들 등교를 시켜주었다.

친정 집으로 향는길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오랜만에 화장하고 준비를 마친 엄마는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마치 소풍을 가는 소녀처럼 설레는 모습이었다. 아버지는 집에서 쉬고 싶다고 하셨다.

우리는 9시 50분에 수목원에 도착했다. 평일이라 매표소에 사람이 적었다.

전동관람 투어 버스표는 입장하고 예전 매점 있던 곳에 키오스크로 예약을 한다. 벌써 오전 시간이 매진이다. 12시 30분 것으로 겨우 예약할 수 있었다. 평일 8회, 주말 13회 운행에 12명 정도 탈 수 있다.

기다리는 동안 열대식물들이 있는 온실로 갔다. 아는 식물들 설명도 해드리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해드렸다.


수련 연못 앞 벤치에 앉아 감상도 하고 장미원을 지나 메타세쿼이어 나무길 데크에 자리를 깔고 앉아서 귤도 까먹고 한참 유행이던 먹태깡도 먹었다. 매콤한테 자꾸 손이 간다며 좋아하셨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 몸을 감싸는 기분이 들었다. 누워서 하늘도 보고 주위의 나무들과 사람들도 구경도 했다.

점점 사람들로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린이집 및 학교에서 숲체험을 나왔나 보다.

데크 옆으로 자리를 깔고 자리를 잡기 시작하는 사람들 요란한 발소리로 뛰어다니는 아이들 참 한 가로워 보였다. 엄마는 종종 이런 시간을 가지자고 했다.

내가 너무 여유 없게 하루하루를 살았구나 싶어 죄송한 생각이 들었다.


전동관람 투어 버스 시간이 되어 자리를 정리하고 입구 쪽으로 가보니 대략 우리 포함 10명 정도가 되는 것 같다. 걷지 않고 구경하는 것에 나름 만족이었다.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고 부러워하는 사람들의 시선과 걸어서는 가지 않을 곳까지 가주는 버스투어.

연꽃 연못엔 아직 꽃이 피지 않아서 조금 아쉬운 정도였다. 가을에 단풍이 들면 다시 타보고 싶다. 가을에 다시 오자고 엄마와 약속을 했다.

투어버스를 타고 내려오다 발견한 정자가 있는 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이런 곳도 있었네 하며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약초원에는 사실 잘 오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는 곳이 많았다.

정자에 자리를 잡고 너무 배고파서 먼저 김밥을 먹고 있는 중에 동생이 합류했다.

맛있다고 해줘서 뿌듯했고  다 비워진 통에는 여유와 행복함을 가득 채워 왔다.

뭔가를 많이 하지 않아도 행복했던 엄마와의 소풍 같은 산책을 자주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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