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훈련병 아들에게
아들아, 너도 알다시피 엄마가 좀 달리고 있잖니? 지난 일요일엔 세 번째 하프, 21.1km를 2시간 2분에 달렸어. 여자들이 워낙 잘 달려서 동년배 중 수위권은 아니지만 여성 전체로는 상위권이란다.
성적이 어떻든 엄마는 평생 달리는 게 목표야. 달리고 나서 바뀐 거는 일단 잠을 잘 자. 너도 아는지 모르겠는데 엄마가 갱년기 우울이랑 교감신경 항진으로 수면 장애가 있었거든. 그게 많이 해소되었어. 살이 빠지고 근육이 붙었지. 불안 증세도 많이 가시고 신경질도 줄었단다. 좀 일찍 시작했더라면 네게 좀 더 좋은 엄마였을 텐데...
엊그제 서울 레이스에는 정말 많은 젊은이들이 참여했다. 동아리, 동호회 등으로 무리를 지어 신나게 응원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 코스도 끝내 주었어. 서울시청을 출발하여 광화문과 경복궁 담장을 돌아 청와대 앞을 지났지. 효자동을 지나 을지로와 청계천을 돌았는데 언제 그렇게 서울 시내 한복판을 달려 보겠어? 역사를 고스란히 느끼면서 말이야. 다른 이들의 가쁜 숨소리를 들으며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니 기록도 좋더라고. 마지막 골인 지점을 앞두고 조금만 더 이 악물고 달렸더라면 2시간 이내로 들어올 수 있었는데... 내 의지가 부족했어. 마지막에 정신을 좀 놓았던 듯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급수대에서 물을 마시느라 시간을 허비한 것도 아쉬워. 그래도 비 오는 날 뚱띠 아줌마가 그 정도면 잘한 거지.
무릎이 조꼼 쑤셔. 의사는 무릎 나간다고 풀코스는 뛰지 말라는데 오는 10월 23일과 11월 6일 두 번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한다. 네 신병수료식에 갈 때 다리를 절둑거리지는 않겠지?
음... 돈워리. 첫 도전은 아니거든. 너도 알지? 9월 4일에 철원에서도 풀코스 잘 뛰었어. 네 친구가 우리 집에 왔을 때 좀 어기적거리긴 했지만...
엄마는 달리기가 좋아. 아직 1년 차이고 이제 막 시작 단계이지만 즐기면서 오래 건강하게 달리고 싶다. 엄마는 '달리기는 보약'이라 생각해. 너도 달리면 물론 좋지. 열심히 주어진 훈련에 임하렴. 피가 되고 근육이 되는 보약이니까! 사랑한다.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