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과 그 친구들 그리고 충무로 송죽
약 28년 전 박찬욱 감독의 삼인조가 흥행 참패를 한 후 박감독은 실의에 차 있었다. 그런 박감독을 충무로 베어가든으로 불렀다. 박감독에게 3D 애니메이션을 제안했다. 박감독은 흔쾌히 응했다.
박감독이 내게 햄릿과 몽테크리토 백작 중에 마음에 드는 스토리를 고르란다. 나는 주저 없이 햄릿을 골랐다.
며칠 후 박감독과 이무영 감독이 공동작업하는 시나리오팀 <박리다매>와 계약을 했다. 그리고 곧장 충무로 아스토리아호텔에 방을 잡았다. 나와 박리다매는 긴 회의 끝에 셀마를 탄생시켰다. THELMA는 HALMET의 철자를 재조합한 거다.
과거의 햄릿 왕자를 미래의 셀마 공주로 바꾼 SF물로 정했다. 박리다매 두 명만 남기고 나는 집으로 향했다. 시놉시스 초안이 나올 때까진 호텔로 친구들을 부르지 말라는 당부를 했다.
다음날 밤새 작업을 했을 박리다매에게 아침을 사주려 호텔로 갔다. 호텔 방문을 열었더니 '아뿔싸! 박찬욱과 그 떨거지들이 술병과 함께 널브러져 있는 거다.
다들 깨우니 속 쓰리다고 난리다.
박찬욱은 미안해서 몸들 바를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이구동성으로 전복죽이 먹고 싶단다. 충무로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죽집인 송죽이 있지 않나? 속 풀기엔 송죽 앞의 부산복집도 있지만 나도 오래간만에 전복죽이 먹고 싶어서 일행들과 송죽에서 해장을 했다.
그날 이후 시나리오 작업실을 교통이 불편한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호텔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