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번아웃 된 직장인. 지속가능한 삶을 꿈꾸다.

by 고도
“뭔가 인생이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감이 오질 않는다.”

2023년의 일기장에 나는 이렇게 적었다. 그 밖에도 심리적 괴로움을 호소하는 문장들이 곳곳에 박혀 있었다. 2023년의 일기속 나는 2025년에는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의욕만 앞설 뿐,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박사 과정을 밟아볼까? 새로운 공부를 시작해볼까? 수많은 선택지를 떠올렸지만, 그것들이 내 안의 근원적인 괴로움을 해결해 줄 것 같지는 않았다. 그저 무언가 해야 한다는 불안감만 가득했다.


나는 주어진 과제에 내 모든 감각이 아득해질 정도로 ‘과몰입’하는 편이다. 한 번 몰입하면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숨조차 옅게 쉰다. 건강할 때는 이런 성향이 성과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었고, 소위 ‘몰입의 즐거움’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 방식은 나를 빠르게 소진시켰다. 결국 나는 물기 하나 없는 ‘마른 수건’을 억지로 쥐어짜는 듯한 상태가 되고 말았다.


휴식이 필요하다는 건 알았다. 하지만 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몸은 누워 있어도 머릿속은 끊임없이 일 생각으로 돌아갔고, 이완하려해도 어느새 긴장하고 있었다. 일주일 간 여행을 떠나보기도 했지만, 잠시 잊을 뿐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다.


그러던 중 기후 위기와 ESG 경영에서 흔히 쓰이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단어가 내 삶에 꽂혔다. 기업에게 지속가능성이 생존의 문제라면, 나의 삶은 과연 지속가능한가? 아니었다.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삶을 전환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들던 바로 그 무렵, 찰리 멍거의 타계 소식을 들었다.


당시 나는 그에 대해 워렌 버핏의 파트너이자 코스트코를 사랑했던 투자자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흔이 넘은 나이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는 그의 모습에서, 내가 그토록 찾던 ‘지속가능한 삶’의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홀린 듯 《찰리 멍거의 말들》이라는 얇은 책을 집어 들었다. 그가 남긴 짤막한 문장들과 해설을 읽어내려가던 중, 나는 직감했다.


내가 찾던 지혜의 여명이 바로 이곳에 밝아오고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