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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메루 Feb 24. 2023

단골손님

내가 멀어도 가는 이유

       

“문자 받았을 때 손님일 거라 예상했어요. 공기 정화식물인가요?”

“인테리어 식물이에요. 1층이라 이사 잘하셨네요”


자주 다니던 집 근처 미장원이 작년 11월에 좀 먼 곳으로 이사를 했다. 그동안 머리가 많이 자라서 머리 손질하러 버스를 타고 찾아왔다. 초행길이라 낯설긴 했지만 찾기에 어렵진 않았다. 일 년에 서너 번이지만 단골로 가는 미장원이다. 빈손으로 가기 서운해서 집에서 기르던 디펜바키아 포기나누기를 해서 화분 하나를 만들어 선물로 가져갔다.


내 머리카락은 가늘고 힘이 없다. 숱도 적다. 약간 반 곱슬이다. 정수리 부분에 특히 머리가 없다. 그래서 머리를 할 때면 항상 신경이 쓰인다. 머리카락에 안 좋은 염색은 되도록 안 한다. 이 미장원 원장은 혼자서 손님을 맞는다. 젊은 남자분이다. 필요 없는 말은 삼가고 꼭 해야 할 조언만 해준다. 물건을 강매하지도 않는다. 내 스타일을 알아서 척척 해준다. 그래서 편하다. 예약을 하고 가서 바로 머리 커트를 시작했다. 머리를 말고 볼륨을 살리기 위해 뿌리에 심도 넣는다. 커트와 단발 사이 길이가 가장 잘 어울린다. 미장원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제일 아깝다.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가서 오전 시간 첫 번째 손님이 된다.


가게는 작지만 깔끔하게 인테리어를 했다. 오히려 지난번 매장보다 더 안정감 있어 보였다. 골목 안쪽이라 사람들 왕래가 없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꽤 된다고 한다. 다만 지금은 코로나 시기라서 손님이 많이 줄었다 한다.


새치가 생겨서 지인의 조언으로 헤나 천염염색을 집에서 주로 한다. 미리 가루를 개서 3시간 발효를 하고 바른 후 3시간 자연상태로 두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화학염료보다 자극이 덜하고 새치만 오렌지색으로 물들이기 때문에 마음에 든다. 게다가 머릿결도 좋아지고 힘도 조금 생긴 기분이 든다. 헤나 염색을 한 내 머리를 만져보더니 원장이 잘했다 한다.


“천연 염색이라 머리 손상이 덜하고 모발에 윤기와 힘을 주니까 사용해도 괜찮아요”


반신반의하며 헤나를 썼는데 전문가의 조언을 들으니까 마음이 놓였다. 매스컴에서 떠드는 염색방 부작용 사건은 헤나에 다른 화학염료를 섞어서 생긴 것이었다.


머리손질은 서비스업이다. 그래서 손님들 각각의 머리 상태를 잘 파악하고 그에 맞는 스타일과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단골 가게가 생기기 전에 지인 따라 이곳저곳 좋다는 미용실에 가봤다. 종사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사람도 많고 내야 할 비용도 많았다. 머리에 영양을 준다 매니큐어를 한다. 열처리를 한다 등등 과정이 많을수록 시간도 걸리고 비용도 들었다. 그래서 원장이 혼자 하는 작은 가게가 좋다. 여유 있는 오전 시간을 활용하면 머리를 손질하는 사람에게도 좋다. 시간 안배를 잘해서 손님도 만족한다. 일석이조다. 머리를 만지면서 수다를 떠는 원장도 있다. 마치 그렇게 해야 손님이 심심하지 않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말을 하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머리를 만질 땐 그 일에 매진하는 게 좋다. 그리고 난 수다 떠는 것 안 좋아한다. 말수가 적은 편이라 지나친 관심도 싫다. 꼭 필요한 말만 주고받으면 된다. 단골의 장점이 바로 여기 있다. 스타일이 정해져 있어서 말이 필요하지 않다.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된다. 매직스트레이트가 완성되었다. 단정한 머리 모양이 마음에 든다.


“머리가 자라서 커트해야 되면 연말쯤이나 올게요”

“그전에 오세요. 화분 고마워요 잘 키울게요”


집으로 가는 길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원장을 뒤로하고 총총 길을 나섰다. 한결 상쾌해진 바깥공기가 기분이 좋다. 작은 위로를 해주기 위해 화분을 준비했는데 내 진심이 전달된 듯해서 마음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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