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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융사령관 Nov 28. 2023

블랙 프라이데이 유난히 조용히 지나간 이유?

블랙 프라이데이 분위기로 살펴보는 미국 경제와 미국인 소비 동향

블랙 프라이데이 유난히 조용히 지나간 이유?



지난 금요일 미국 최대 소비 축제(?) 기간인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2023년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는 이상하리만큼 차분하고 매우 조용한 분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블랙 프라이데이는 11월 4번째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바로 그다음 날인 금요일을 의미합니다. 추수감사절 다음날부터 크리스마스 및 연말연시까지의 기간이 연중 가장 큰 세일 시즌으로 인식되고 있고, 1년간 아껴둔 돈이나 사고 싶은 물건을 참아두었다가 이 기간에 대대적인 쇼핑에 나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을 통해  미국의 유통기업이나 소매상들은 재고를 처리하는 기회로 삼고, 미국의 소비자들은 저렴하게 득템할 수 있는 기간이 되기도 합니다.


미국은 50개 주나 되고 광활한 땅이라 유통비용(시간, 배송, 물류 등)이 더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재고 처리나 보관에도 추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블랙 프라이데이와 같은 기간에 재고 털이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비슷한 소비 행사로 중국에는 11월 11일 광군제가 있고, 국내에서도 코리아 세일 페스타 진행 중 11월 중순부터 11월 말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커머스나 유통, 쇼핑 플랫폼 기업들 개별적으로도 블랙 프라이데이에 발맞추는 각종 기획행사나 이벤트를 열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땅 크기와 유통 구조에서 차이가 나고, 소비 문화 자체도 다르며, 블프 기간 실제 할인 품목이나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할인율이 다르기 때문에 국내의 세일 행사와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를 단순 비교하기에는 차이가 많이 나는 측면이 있습니다. 


아무튼 미국에서는 소비자들이나 기업들이나 블랙 프라이데이가 상당히 중요한 소비 시즌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미국의 언론이나 미디어에서도 빠르면 한 달 전인 10월부터 늦어도 열흘 전 한정도 부타는 블랙 프라이데이 분위기를 띄우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올해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게 감지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증권사들의 전망도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의 기업들의 실적이 저조할 것이라고 미리 예상한 곳들이 많기도 했으니까요. 그리고 블랙 프라이데이의 시작이었던 지난 금요일 미국의 대형 할인점이나 백화점 앞 풍경이 다른 해와는 조금 달랐다는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블랙 프라이데이 전 날 밤이나 새벽부터 오프라인 매장 앞에 달려와서 밤을 지새우며 줄을 서서 문을 열면 뛰어 들어가는 게 블프의 상징적인 모습이었는데 지난 금요일에는 오픈런을 보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미국은 대표적인 소비 국가이기 때문에 10월 실적시즌 이후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대규모 할인을 동반한 소비 기간을 거쳐 산타랠리 or 연말랠리로 이어지는 분위기를 타야 하는데 올해는 그런 상황이 연출되고 있지 않아 보입니다. 

(나중에 기업들의 실적이나 블프 소비 통계가 나왔는데 엄청나게 소비가 늘었다고 발표되면 머쓱해질 것 같긴 한데 적어도 현재까지 미국 블프 분위기로서는 예전 같지 않아 보입니다.)


다가오는 새해에 뭔가 새로운 결심을 하기 위해 연말에 소비를 하는 경향이 강한 게 또 미국 사람들인데 지름신이 강림하는 블프 기간을 통해 소비를 합리화 시키기에도 좋지 않겠습니까?


미국 소비는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소비가 위축이 되면 전체적으로 경기가 가라앉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블랙 프라이데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감소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시 말해 유난히 조용하게 지나갈 것 같은 분위기는 왜 그럴까요?


미국은 현재 거의 글로벌 주요 선진국들 중에서 나홀로 호황을 누릴 정도로 경기 상황이 좋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대표적인 소비 국가 미국에서 블프를 조용한 분위기로 넘어가려 하다니 도대체 왜? 


미국 기업들의 재고자체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라는 일부 분석도 있는데 그 보다는 다른 측면을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짐작이긴 한데 2가지 정도의 이유를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금리와 소비 트렌드의 변화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미국의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현재 5%대 기준금리인데, 이런 고금리 기조가 상당히 오래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와 같은 다른 국가들의 금리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미국 국민들에게도 영향이 미치게 되어 있습니다. 美 기준금리는 미국 대출 금리에 영향을 주고 이는 미국 국민들의 주담대 이자 부담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자를 갚아 나가야 하는데 블랙 프라이 데이에 소비할 여력이 자연스레 감소하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분석이 어느 정도 타당합니다. 


게다가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황이 결국 소비 둔화로 이어지는 심리도 있을 수 있고, 무엇보다 지금은 경기가 좋아 보인다고 해도 앞으로 경기는 그리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미국 국민들의 예상이나 심리가 이번 블프기간에도 반영되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금리가 소비에도 영향을 준다는 얘기입니다. 


두 번째는 플랫폼화나 비대면으로 소비 패턴이 바뀌고 있어 블랙 프라이데이도 오프라인 위주에서 온라인으로의 전환되고 있기 때문에 오픈런을 볼 수 없었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만약 두 번째 분석이 맞다면 이는 블랙 프라이데이가 조용한 게 아니라 오프라인의 왁자지껄함 대신 온라인에서 블프 쇼핑이 불타올랐다는 얘기가 될 것입니다. 


첫 번째 고금리에 대한 부담으로 소비 여력이 줄어든 것이라면 향후 미국 경제 상황이 침체로 바뀌고 더 나아가 스태크 플래이션의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것이라면 불황에 대한 대비를 해야하는 것이고, 두 번째 단순히 온라인 전환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패턴이 바뀌는 것이라면 이커머스 플랫폼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나 취약계층에 대한 정보와 소비 양극화 문제를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까워져 조금 더 연말로 가면 미국의 소비 분위기가 다시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블프가 시작된 지난 금요일까지는 이례적으로 유난히 조용했던 블프 기간이었던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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