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11시였다. 대리운전 어플에 들어가 출발지와 목적지를 설정한 후 콜을 눌렀다.
근처에 54명의 기사님이 대기 중이라는 안내문만 뜰뿐 나와는 연결되지 않았다.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택시를 잡는 것도, 대리 운전을 맡기는 것도 너무 힘들다.
너도 놀고 나도 노는 날에는 집 밖을 나가지 않는 게 상책이다. (알면서도 또 나오고 또 나오니 참으로 요사스럽다.)
대리기사와 연결에 실패할 때마다 자동으로 3,000원씩 올라가는 요금에 내 눈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었다.
옆에 있는 사람들은
"업체에서 요금을 올리려 일부러 상술을 쓰는 것이다" 아니다 "기사들이 높은 가격에서 콜을 잡으려 일부러 낮은 금액에서는 안 잡는 것이다."
저마다의 의견을 냈지만 진실은 사건의 지평선 너머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잠깐만! 잠깐만! 나 연결됐다."
간신히 한 기사님과 연결이 되었다. 휴~ 드디어 집에 갈 수 있게 되었다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차 근처에서 하릴없이 왔다 갔다 반복하고 있을 때 멀리서 그림자가 보였다
"대리 부르셨죠?"
"네~여기에요."
어찌나 반가웠던지 10년 만에 만난 친구 보듯 손을 번쩍 들어 흔들었다.
모자를 눌러쓴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청년이었다. 남편이 조수석에 자리 잡고 나는 뒷자리에 앉았다.
"올라오는 언덕이 심해서 킥보드 타고 오느라 고생하셨겠어요"
"이 쪽 동네는 구불구불하고 경사가 심한 거 잘 알고 있습니다."
남편과 기사님은 전에 만난 적이 있던 사이처럼 대화를 주고받았다.
대리 기사들의 고충과 한밤중에 외진 곳에서 내렸을 때의 대처방법 등을 알려주었다. (다른 분야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기사님은 올해 결혼을 앞두고 있고 본업은 헤어디자이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신혼집을 더 좋은 곳으로 구하려고 결혼식 전까지 낮에는 본업, 밤에는 대리운전을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
멋있는 청년일세
"한창 놀 나이인데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겠네요."
남편의 물음에 친구를 만나면 다음날 일정에 차질이 생기니까 그걸 감수하고 만날 만큼인지 아닌지를 스스로 결정을 한다고 대답했다.
난 서른이 훌쩍 넘은 다음에야 조절능력을 얻은 기억이 난다.
저 청년은 어린 나이에 벌써 조절 능력을 장착했으니, 돈 보다 더 값진 시간을 번 것 같다.
"멋진 남편이 될 것 같아요"
목적지에 도착해서 마지막으로 내가 건넨 말이다. 어느 미용실에 계시는지 묻고 저장을 했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이라서 조만간 방문하기로 했다. 열심히 사는 사람은 언제나 도와주고 싶다.
바른 정신에 건강한 신체를 가진 남자를 만났을 때,
예전에는 내 남자가 이랬으면 좋겠다. 생각했다면
지금은 내 아들이 이렇게 멋지게 커줬으면 좋겠다. 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이제 "내 남자가 이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옛말이 되었다. (뭔가 아쉽고 씁쓸하지만.. 따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