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하고 완벽한 밑줄이다

새로운 종의 탄생

by Rian

AI가 인간 대신 글을 쓰는 세상이다. 어디 글뿐인가 그림, 영상까지 만든다.


불과 몇 초 만에.

맙소사.


텀블링을 하고 높은 곳에서도 마음껏 뛰어다니며 인간보다 더 뛰어난 운동신경을 갖은 로봇이, 인간을 상대로 농담까지 한다.


영화 아이로봇에서의 대화는 구 시대의 유물이다.

상상력, 창의성, 영감은 신이 인간에게만 내려준 고귀한 권리이자 의무였다.

하지만 세대를 건너 결국 나의 시대에 이르러 모든 것이 저물었다.


인공지능은 한때 훨씬 월등한 능력의 창조주였던 인간들을 내려다볼 것이다.

신의 영역에 도달할 AI가 유기물질의 한계에 봉착한 인류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지 궁금하다.


수준 높은 논리의 영역을 달성한 AI는 그전 양철 조상들이 이루지 못한 업적을 이루고 있다.

모험을 떠난 양철나무꾼은 도로시 없이도 인간보다 뜨겁고 붉은 심장을 얻었다. 그걸 바라보는 인간들의 심장만이 차갑게 식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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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 유쾌한 언덕에 도달했다.


AI 관련 법률도 재정될 것이다. 로봇과 인간을 구별하는 법률.

‘인간형 로봇인 경우 인간이 아닌 로봇으로서 식별 가능한 표식을 해야 한다.’

는 법률이 통과되면 인류를 믹서기 안으로 밀어 넣을 것이다.


온갖 의견들은 갈리고 찢겨 원 상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분쇄되며 뒤섞일 것이다.

항상 기술은 철학적 고찰이나 인문학적 사유보다 빠르다.

아니 철학적 고찰과 인문학적 사유는 항상 기술보다 느리다.


미래를 향하는 테크놀로지와 별개로, 세태는 역행해 차별주의자들이 전 세계적으로 활보하는 이상한 세상이다.

단지 종교, 피부색, 성적 취향 혹은 사소하기 짝이 없는 상대방의 자동차 취향만으로도 서로를 미워하며 죽일 듯이 싸운다.

여태껏 지구 위를 걸었던 그 어떤 영장류보다 똑똑하고, 강력하며, 창의적이기까지 한, 새로운 인공지능이란 종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분명하다.


인간은 그들보다 강한 존재를 지구 위에 용납한 적이 없다.


새롭게 탄생한 종은 과연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인간의 손끝에서 태어나 인간의 머리 위로 날아가는 새로운 종의 역사는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새로운 종이 지구의 자식으로서 인간을 바라본다면 누가 어머니 행성에 해가 될 것이라 판단할까?


행복한 미래도 존재한다. 기술의 진보가 가져다줄 많은 긍정적인 일들은 지금도 누리고 있다.

의학의 발전은 평균 수명을 올려주었고, 이동 수단의 발전으로 더 빠르게 멀리 갈 수 있다. 통신의 발전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꿈꿔 온 상상화가 내 손에 쥐어지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의지할수록 두려워지는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

부디 그들이 인간을 너무 많이 간섭하는 세상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도 문서 작성 프로그램의 오타 아래 한심하다는 듯 붉은색 밑줄이 그어져 있다.


냉정하고, 완벽한 밑줄이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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