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써지지 않는다.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것은
살아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빗물에 젖은
초라한 낙엽처럼
한 걸음도 걸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것은
날지도 기지도 못하고
뒤집힌 채 하늘을 보고
맴도는 풍뎅이 같은 것이다.
"웅웅웅"
온갖 사념들이
날뛰고 있지만
날수 없는 풍뎅이.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것은
11월 말 비 젖은 정원에서
철 잃고 핀 한 송이 빨간 장미꽃
때를 잃고, 주제를 잃고
목적을 잃어버린 사념들이
할퀸 자국에서 핀 붉은 상흔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것은
한없이 헤맨다는 뜻이고
새로운 길을 찾는다는 뜻이다.
웅웅웅 울리던 사념들은 찌르기를 멈추고
붉은 상흔들이 말갛게 새살이 돋는 날
일필휘지 세상을 말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