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의자다.

부제: 엄마의 앉을자리를 만들어 주는

by 이슬

외출했다 돌아오니 현관 앞에 커다란 종이상자가 놓여 있었다.

쿠팡에서 배달된 물건이다.

배달시킨 것이 없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깨질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서 그릇인가 싶었다.

별 관심도 없이 현관에 방치한 채 씻고 나와서

거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루 동안 나를 찾는 무수한 문자,

카톡을 그제야 둘러보기 시작했다.


내 전화기는 언제나 묵음이다.

세상의 소음에서 내 생각의 흐름을 보호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 고요는 때로 나를 고립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지인들과 소통이 부족하고

아들과의 갈등도 더 깊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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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님이 의자를 선물로 보내셨습니다.’라는

쿠팡 안내 문자가 보였다.

예고 없이 받은 선물이어서 반가운 마음에

몸을 벌떡 일으켜 현관으로 달려갔다.


내 허리 높이까지 닿은 정사각형 모양의 상자를 급하게 열었다.

그 속에는 다리없는 의자가 들어 있었다.

의자를 보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들과 이런저런 일들로 깊은 갈등을 겪고 있었다.

지난 일요일에 다녀간 아들이 엄마를 위해 보내준 선물이다.

감동해서 울컥 목이 메었다.

“우리 아들 고맙다. 엄마 감동했어. 의자 고마워.

엄마를 사랑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것 같아 슬펐는데…”

“아니에요. 허리 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서로 모진 말을 주고받았던 일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아들의 의자 선물은 뜻밖의 위로였다.

아들은 엄마에게 의자다.

예전부터 여자들은

아들을 얻지 못하면 삶에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했다.

아들·딸 구별이 없다고 하지만

아들의 부모 사랑과 딸의 부모 사랑은

그 결이 다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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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자라 어른이 되면

엄마를 지켜주는 든든하고 편안한 의자가 되어 주는 것 같다.


불교에서는 부모와 자식의 만남을 단순한 혈연이 아니라

전생에서 맺어진 인연이라 한다.

나와 아들의 관계도

그 인연 속에 놓여 있음을 깨닫는다.


아들은

엄마의 앉을자리를 만들어주는

세상에서 제일 귀하고 소중한 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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