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슬

1. 일찍 철든 사내


불빛이 휘황한 거리를 바라다본다.

어둠이 짙어오는 시간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 햇빛 속에서와는 다른 일들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불빛이 강물에 몸을 단장하는 시간 한 사내를 떠올린다.

삶에 죽어라고 진실했던 사람,

아무도 없이 홀로 세상을 서야 했던 사람

그 사람의 거칠어진 뒷모습이 보인다.


4000여 평의 야산 구릉지를 사람들이 힐링할 수 있는

캬라반 캠팽장으로 변신시킨 사람,

10년여의 기나긴 세월을 받쳐 이룩한 그의 세계다.


그는 이곳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다.

그는 육 남매 가난한 집 장남으로 태어나서

철이 들기 전부터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한 사람이다.


는 빨리 어른이 됐다.

일찍 철이 든 그에게

세상의 무게는 일반인들보다 크고 무거웠다.

그리고 옆 마을이었던 서연 연말길에 와서

멀리 고흥만을 바라보며 미래를 꿈꾸곤 했다.


그래서 누구보다 이곳의 지리를 잘 알았다.

돈이 모일 때마다 조금씩 땅을 사서 모았다.

그리고 틈틈이 와서 나무도 심고 땅도 고르면서

그의 꿈을 조금씩 키워갔다.


남들처럼 직장생활을 하고 퇴직 후

여수시 화양면 연말길 46에

오 년 여의 긴 기간을 거쳐 여수남파랑 캠비치를 완공했다.

2025.3. 개장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 사내의 거친 꿈이 만들어낸 여수 남파랑 캠비치는

새롭게 탄생한 휴양명소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로

눈부신 푸른 하늘과 붉은 태양이

바다에 얼굴을 묻는 수줍은 소녀 같은 바다.


5월 싱그러운 잎새 같은 바다다.

윤슬이 일렁이는 바다는

첫사랑에 빠진 17세 소년의 심장 뛰는 소리처럼

리드미컬하게 물결친다.


2. 여수 남파랑 캠비치


여수남파랑 캠비치는

여천역에서 택시로 30분가량 소요된다.

나진을 지나 화양농공단지로 접어들면

벚나무 터널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반갑게 맞아준다.


벚나무 터널을 1km 정도 달리다 보면

갑자기 앞이 확 트이면서 넓고 평화로운 바다가 펼쳐진다.

바다가 보이는 끝자락에서 오른쪽으로 들어서면

마치 요정이 요술봉을 흔들면서 만든 듯 유연한 곡선으로 이어지는

해안선이 정겹다.


오른쪽으로 들어선 순간 흰색 캬라반이,

바다의 품 안에 안긴 반도의 끝에 서서

어서 오시라며 기다리고 서 있다.


밀물 들 때는 남파랑 캠비치를

샛서방처럼 폭 감싸 안는다.

썰물이 나가면 바람 난 사내처럼

남파랑 캠비치를 발가벗겨 놓고 떠난다.


시시 때때로 변하는 다채로운 모습이 더욱 매력적이다.

썰물때면 동네주민들이 갯가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곤 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여수 남파랑 캠비치는

남쪽바다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있다.

길을 따라 바닷가로 들어서면 해안선이 드러난다.

다양한 바위들이 소담하게 자리 잡고 있어 운치를 더해준다.

해안선은 아직 사람의 발자국이 닫지 않는 순결한 길이다.


해안가를 따라 하얀 파도가 철썩이는 모습

또한 일품이다.

바닷물에 들어서면 각종 해초류들이

물살에 떠내려온 모습은

색다른 볼거리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해안에는

크고 작은 바위들이 밀려오는 파도에 잠기기도 하고

쓸려가는 썰물에 온몸을 드러내기도 한다.

구불구불 해안선을 따라 걷다 보면

향긋한 갯내음이 코끝에 머물러

저도 모르게 달콤한 꿈에 잠기게 된다.


밀물에 밀려난 바다는 얕아 발을 담가보기도 하고

다닥다닥 바위에 붙어있는 바다 고동을 잡기도 한다.


여수 남파랑 캠비치를 건설한 이는 이 바다에서

종일토록 일해도 지치지 않았을 것 같다.

철썩이는 파도의 속삭임과 멀리 바라다 보이는 해원은

날씨마다 달라 몽환적인 분위기에 빠져 있다 보면

시간 가는 것을 잊었을 것 같다.


4. 해넘이

무엇보다도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발길을 돌리는 순간

뒷덜미에 잡히는 노을은 가히 천하절경이다.


붉게 타오르는가 하면 푸른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연정은

또한 어이할거나!

그 모습 보내기 너무 아까워 애탄 들 무엇하겠는가?

아름다움도 죄인 것을.

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해넘이의 모습은

신의 예술 작품이 아닐 수 없다.

타오르다 저 홀로 지친 태양이 산 아래로 몸을 숨기면

미처 다하지 못한 열정으로

산과 들 바다가 기어이 다 안달이 나고야 만다.


현란한 빛의 축제다.

상사병 걸린 미친년 가슴 보다도 더 붉은 노을

온 산천에 불 지르고 사라졌다.


하늘에 별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하면

화답하듯 남파랑 캠비치를 둘러싼

마을 집집마다 불이 켜지면 옛이야기 속의 한 장면이 된다.

아니 신비한 우주세계인 듯이 느껴진다.

하늘에는 별 땅에는 캬라반 불빛.

캠프파이어 불멍에 들면 삼매경에 빠진다.


여수남파랑캠비치를 맨몸으로 완성한

이 사내의 타는 가슴 같은 해넘이가 속삭이는 듯하다.

그대가 만든 천국을 내가 함께하리라고.


여수 남파랑 캠비치에는

붉은 노을 같은 사내의 고독하지만

아름다운 혼이 녹아 흘러

오는 이들에게 잃었던 꿈을 다시 꾸게 한다.



3. 여수남파랑 캠비치


열아홉 대의 캬라반이 바다의 품 안에서

그대 오시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길을 잃은 자 여수남파랑 캠비치로 오라!

실연한 자 여수남파랑 캠비치로 오라!

희망과 기쁨에 가득한 자!

여수남파랑 캠비치로 오라!

그러면 그 사내의 절망과 꿈과 희망을 만날 수 있다.

홀로 여수 남파랑 캠비치를 완성해 내느라

거친 손마디를 갖은 남자를.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손바닥을 가진 그를.

미다스의 신화를 쓴

너무 일찍 철이 들어

세상의 어떤 고난에도 꿋꿋하게 맞서 일어선 영원한 젊은 소년인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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