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가 났네

BTS 광화문 공연, 민족의 암호에서 세계의 찬가로

by 이슬

공연 제목이 ‘ARIRANG’이라니,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울컥하다. ‘아리랑’이라는 말만 들어도 애끓는 심정이다. 그 세 글자 위로 할머니의 굽은 등과 깊은 주름살, 거친 손마디가 스친다. 징병 가서 목숨을 잃은 사내와 그를 기다리며 홀로 어린 자식을 키워낸 아낙네의 눈물이 맺힌다. 한국인의 가슴에 새겨진 아리랑은 이처럼 지아비를 잃은 슬픔이고, 억눌린 한이며,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의 굴레다.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숨결 그 자체다. 때로는 깊은 한탄이고, 때로는 서로를 깨우는 신호며, 끝내 놓지 못한 희망이다. 무엇보다 그것은 불의의 시대를 뚫고 일어설 때 입에서 입으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던 은밀하고도 강렬한 ‘민족의 암호’다.


지난 3월 21일 토요일 오후 8시, 서울 광화문 광장은 10만여 관중이 내뿜는 환호성으로 천지가 진동한다. 땅과 하늘과 사람이 혼연일체가 되어 하나의 거대한 태극의 소용돌이 속에 온 우주를 담아낸다. 공연은 광화문 월대부터 세종대왕 동상 사이의 공간을 주 무대로 마치 경복궁의 깊은 품 안에서 신령스러운 의식이 거행되는 듯 숭고함을 자아낸다.


경복궁 근정전의 단청 문양과 현대적인 LED 조형물이 결합한 무대는 전통과 미래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독창적인 예술이다. 가로 80m의 대형 스크린 위로 서울의 야경과 무한한 우주 공간이 펼쳐질 때, 그 화려한 빛의 향연은 ‘천국이나 극락이 있다면 바로 저렇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신비하고 매혹적이다. 세종문화회관과 역사박물관 외벽까지 거대한 스크린이 된 광장 전체는 하나의 거대한 신전이다. 밤하늘로 솟구친 2,000대의 드론은 보라색 고래가 되어 신화의 세계로 관객을 이끈다.


이 거대한 서사가 넷플릭스를 통해 지구촌 190여 개국으로 송출됐다는 사실은 경이롭다. BTS의 손짓 하나, 소리 하나에 전 세계인이 접신하는 순간을 맞이하는 듯 황홀해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보랏빛 신화’가 되었다. 신전 앞의 제의처럼 경건하면서도 금기된 경계를 허무는 태초의 축제처럼 격렬했던 그 밤, 광화문에서 쏘아 올린 BTS의 ‘아리랑 호’는 이제 변화와 희망, 그리고 자부심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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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새로운 역사를 쓰는 K-컬처의 막강한 힘과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을 보며 코끝이 찡하다. 100년 전 나운규가 아리랑 고개를 넘으며 흘렸던 눈물과 조정래의 소설 속 민초들이 부르짖던 그 곡조가, 이제는 온 지구의 심장박동이 되어 흐른다.


혼자 속으로 중얼거린다. “참 장하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이여, 정말 장하다.” 이 감격은 단순한 공연의 여흥이 아니라,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고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선 우리 민족의 자긍심이 터져 나오는 뜨거운 고백이다.


아리랑 아리랑 아리리오.

십 리를 가면 비행기가 나타나고, 백 리를 가면 우주선이 나타난다.

가자, 가자. 미래로, 우주로!




이슬의 아라리가 났네! 는 BTS 광화문 공연을 보고 난 생각을 쓴 글입니다.

글을 읽고 BTS 광화문 공연에 대한 특별한 생각을 댓글 함께 나눠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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