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인간 69
난지창작스튜디오에 글 보낸 지 석 달이 돼간다. 11월 말 입금될 거라던 원고료는 말일이 지나도 소식이 없다. 조심스레 코디네이터에게 메일을 보냈다. 두 번째라 미안했다. 처음은 날짜를 확인하려, 이번은 날짜가 지나서다. 당연한 민폐인지… 잘 모르겠다. 지난 금요일에 보낸 메일은 월요일에 돌아왔다. 그는 아직 송고하지 않은 비평가 몇 때문이라고 했다. 아마 그 수가 적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나 같은 저자들의 항의가 좀 있던 모양이다. 그는 우선 원고를 보낸 선생들 원고료를 이번 주 결재 올려 다음 주 입금할 예정이며, 미뤄져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내 건강을 염려해 주었다. 나는 예의 바른 답장에 공손해졌지만 한편으로 여전히 원고를 보내지 않은 사람들이 궁금했다. 마감을 삼 개월이나 넘긴 지금까지 무슨 까닭으로 자신의 문장과 싸우고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기관을 걸치고 글을 청탁받으면 원고료 지급까지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잘 안다. 국공립 기관 행정요원 역시 이런 문제를 속히 해결할 힘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당연한 요청에도 서로 민망해지는 경우가 잦다. 다만 이런 흔한 불쾌에도 기관을 대할 때 정중함을 잃으면 안 된다. 내 글이 브로슈어 한 장으로 굴러다니는 것보다 기관에 아카이브 되는 것에 대한 심리적 보상 때문이다. 그래도 12월 중순인데, 구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