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수업할 때 선생님이 H쌤을 편애한다고 생각했어요.”
“네?”
한 옥타브 목소리가 올라간다.
“선생님이 다른 쌤들 이야기를 할 때는 어는 정도 진행되면 중간에 끊거나 개입하는데 쌤은 안 그랬거든요.”
“미안해요. 몰랐어요.”
“사과 받으려고 한 말이 아니라 그냥 그때 상황이 그래서 좀 혼란스러웠어요. 다른 독서모임에서 느꼈던 분위기랑 너무 달라서....... 쌤 이야기만 집중해서 듣는 것이 불편하기도 하고.”
지난학기 글쓰기 수업을 마치고 계속 이어지는 모임에서 어느 정도 친분이 생기자 T쌤이 그때 상황을 다시 복기 시켰다. 나의 옆자리에서 시니컬하지만 핵심을 잘 잡아서 얘기하던 쌤이 나에게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있었구나. 내가 실수했구나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주 긴 시간동안 외부활동을 못하다가, 공적이기도 하고 사적이기도 한 글쓰기 수업에서 나는 아주 흥분된 상태였다.
극도로 침체된 상황에서 벗어나 바이오그래프가 막 상승기를 타기 시작할 때라,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황에서는 머릿속 도파민이 미친 듯이 터져 나왔다.
지금 생각하면 T쌤의 말이 이해가 간다. 나는 처음부터 수업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빈자리가 생겨 세 번째 주부터 합류했다. 다른 분들은 이미 두어 번 안면이 있고 서로의 상황에 대해 기본적 베이스가 있는데 뜬금없이 내가 난입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런 상황을 1년 가까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터져 나오는 도파민을 억누르고 입을 좀 다물걸.
솔직히 변명 같은 고백을 하자면, 글쓰기 분위기에 취해 나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묵혀놓았던, 아니 누구라도 내 얘기를 들어줄 귀가 있다면 마구마구 내 이야기를 쏟아내고 싶었다. 마침 글쓰기 수업에서 그 물꼬가 트여 버렸으니 나의 말은 시냇물처럼 흐르지 못하고 홍수가 되어 범람해 버리고 만 것이다.
「선생님 시간 되세요?」
이 한 줄의 문장을 보내기 위해 몇 번을 고민했다. 썼다 지웠다 썼다. 보내기를 누를까 말까 망설였다.
「오랫만이예요. 잘 지내고 계시죠? 다음주 0요일 오전은 괜찮은데 시간되시나요?」
H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데 긴장이 되었다. 글쓰기 도반들과 함께 아니라 혼자서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수업도 아닌데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늘 학생처럼 백팩에 두툼한 점퍼를 입고 무심하게 카페 안으로 들어왔지만 반가워하는 낯빛이 보여 다행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