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넘어 다시 쓰는 전 직장인, 현백수의 일기
백수가 되면서 가장 먼저 실천한건 다이어트였다.
일을 할 때는 얼마나 핑계가 많았는지 나는 너무나도 귀한 인간이니깐! 이 몸은 회사에서 일을 하기 위해 존재하니깐!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유들도 다이어트를 절찬 거부해 왔다.
주중에는 퇴근하면 시원한 화이트와인이 간절하다는 이유로 다이어트가 되지 않았고, 주말에는 열심히 일한 나를 쉬게 해줘야 한다는 이유로 운동을 거부해 왔다.
문득 유튜브에서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일이 힘들어서 그런 거라는 영상을 봤다. 일이 너무 힘들어서 운동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고 오히려 운동이 가져오는 카타르시스를 즐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운동을 못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일보다 운동이 힘들어서 그런 거라고 했다. 나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화면 속으로 들어가서 “당신 지금 뭐라고 하는 거예요!”라면서 멱살을 잡고 흔들고 싶었다.
“고강도로 스트레스 받으면서 일하는 수많은 직장인들을 당신은 적으로 돌렸어!” 라면서 아주 표독스럽게 쏘아붙이고 싶었다.
하지만 이래저래 난 백수가 되었고, 문득 그 영상이 생각나서 그래 백수가 얼마나 운동을 열심히 하는지 내가 증명해 주겠어!라는 마음으로 퇴사 이틑날부터 러닝을 시작했다. 처음엔 하루 5킬로로 시작된 러닝이 10킬로가 되었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꼬박 3달을 꾸준히 달렸더니 배가 쏙 들어가고 무려 9킬로가 빠지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난 친구들에게 무작정 전화를 돌려 말하기 시작했다.
“야 너 그거 알아? 다이어트도 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하는 거야. 백수 돼서 할 일 없으니 할게 운동밖에 없더라!”
하지만 이것도 다 6개월 전 이야기이다.
난 오늘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서 식당에 앉자마자 화이트와인 한 병을 주문했고, 심지어 빨리 달라고 재촉까지 했다.
“미안 나 2주 동안 금주했더니 지금 너무너무 와인이 간절해”
친구는 웃으면 마음껏 마시라고 했고 나는 살을 빼는 것이 얼마나 지옥같이 힘든지, 그리고 살이 얼마나 순식간에 다시 찌는지 토로하느라 목이 쉬었다.
아무튼 난 살이 다시 쪘고 또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그래서 다이어트 어떻게 하는 건데요?
그래서 다이어트 언제까지 하는 건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