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에 마음을 담다

by 김미숙

나는 종이와 펜에 적는 것을 좋아한다. 대화 중에도 중요한 단어들과 새로운 감정들을 단어식으로 긁적여본다. 어떨 때는 알아보지도 못할 정도의 외계단어들도 섞여 있다. 그중에 유달리 맘에 드는 종이와 펜을 찾았다. 정말 노트치고는 초라할 정도의 노트지만 내가 초안을 적기에 참 좋은 조그마한 노트이며 얇은 노트인데 마음에 쏙 들어 여러 권 사고, 펜도 검정과 파랑을 한통씩 구매했다. 어린 시절 부유하지 않아, 얇은 달력을 잘라서 노트로 만들어 주신 아버지 생각이 났다. 그 노트에 구구단과 한글을 적어 숙제를 내주시곤 했는데, 그 아버지께서 만들어 주신 노트의 느낌과 비슷한 노트인 것 같아서 더 맘에 들었다. 나는 맘에 들면 그것만 고집하는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이다. 회사에서도 나는 내가 앉는 위치의 의자만 고집한다. 혹여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 나를 보면 화들짝 놀라며 비켜줄 정도로 나는 그 자리를 몇 년째? 아니 10년이 넘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나에게 내 맘에 드는 종이를 만난 것이다. 펜을 만난 것이다. 무엇을 쓸까? 고민할 사이도 없이 생각들이 쏟아져 나올 정도로 종이가 맘에 든다. 나는 브런치의 이 글 마당도 맘에 든다. 시간 제약 없이 내가 쓰고 싶을 때 내 글을 언제든지 쓸 수 있고 그것을 분류할 수 있어서 참 좋다. 나의 첫 글마당이 되어 나는 아마도 고집스럽게 여기를 오래도록 거닐지 않을까 싶다. 내 글을 읽어 주는, 나를 구독해 주는 작가님들과 구독자들도 너무 좋다. 나도 그들의 글 마당에 찾아가 천천히 글을 읽는다. 이렇게 서로의 글이 오가며 이어지는 인연........ 그것만으로도 종이에 마음을 담는 일이 빛난다. 사소한 나의 일상이 십 년 뒤, 20년 뒤에는 어떤 글이 될까? 상상도 해 본다, 나는 그래서 이 마당에 애착이 가고 너무 고집스럽게 좋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