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내 딸
올해 서른이 된 큰딸과 늦은 저녁 통화를 했다. 오늘은 두 해 가까이 다닌 회사를 그만두는 날이라 혹시 울적하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딸의 목소리에는 의외로 밝음이 담겨 있었다. 매콤한 닭발에 좋아하는 TV를 보며 누구보다 행복한 저녁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월요일이면 새로운 직장에서 다시 시작한다. 그러나 딸은 서두르지 않았다. 마치 본인의 인생의 주인이 자신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듯, 차분하고 단단한 어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그 모습에 "존경"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나는 늘 ' 자신의 길을 찾는다'는 것은 대학 전공을 정하는 순간부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딸은 고개를 저었다. " 엄마, 살다 보면 지금 걷는 길이 내 길이 아닐 수도 있어, 그래도 그 길을 걸으며 또 다른 길을 찾을 수도 있는 거야!"
그 말이 가슴을 울렸다. 딸은 인생을 서두르지 않았다. 10년 뒤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오늘의 하루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었다. 너무 멀리만 바라보지도, 그렇다고 눈앞만 좇지도 않으며, 자신에게 꼭 맞는 삶을 찾는 중이었다. 그것은 마치 잘 맞지 않은 옷을 억지로 입지 않겠다는 다짐과도 같았다.
정든 회사를 떠나는 날, 딸의 마음은 오히려 더 가볍고 단단했다.
"마치 출장 가는 날처럼 설레~!"
그 말속에는 새로운 출발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동료들도 축하와 선물을 전하며 따뜻하게 배웅해 주었다니, 지난 시간 딸이 얼마나 성실히 살아왔을지 알 수 있었다.
어릴 적부터 큰 딸은 나에게 단순한 자녀가 아니었다. 삶의 동반자이자, 깊은 대화의 벗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이제는 존경스러운 어른으로 내 앞에 서 있다.
현명하고, 생각이 깊고, 반듯한 내 딸!!
너무나 감사한 내 딸!!
나는 오늘 그려본다.
10년 뒤, 딸이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서 있든 분명 더 큰마음을 품은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으리라는 것을....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이 무척 자랑스러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