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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비 Feb 06. 2023

블랙과 보컬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을 잘하는 게 가장 어렵다.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있어서는 그렇다. 밴드에도 패션에도 똑같이. 밴드에서는 보컬이 가장 쉬워 보이지만 어려운 부분이다. 슈퍼 밴드까지 가지 않더라도 여느 동아리 밴드부에서만 봐도 그렇다. 가장 지원자가 많은 파트임과 동시에 가장 잘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기도 하다. 내가 내린 나름의 이유는 접근성이다. 보컬의 실력은 악기와는 다르게 타고난 재능에 좌지우지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만큼 어느 정도의 재능을 타고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 때문에 평가에도 굉장히 취약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부분 임과 동시에 누구나 평가하기 쉬운 분야이다. 


이러한 맥락으로 본다면 패션에 있어서는 블랙이 보컬의 포지션이다. 어떤 브랜드에서든 블랙 컬러의 옷을 찾아볼 수 있지만 그만큼 누구나 딱 보면 느낄 수 있는 색상이기 때문이다.  

요지 야마모토는 ‘블랙은 겸손함과 동시에 거만하다’라고 표현하였다. 블랙은 모든 색을 섞었을 때 나오는 컬러이다. 이는 얼핏 들으면 쉬워 보일 수 있다. 마치 목소리만 있으면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보컬처럼. 하지만 이는 반대로 모든 색을 잘 다뤄야만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노래를 잘한다’라는 말은 얼핏 들으면 별 이상한 점이 없어 보이지만 ‘노래’에도 수많은 장르가 있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블랙을 자신의 브랜드의 프론트 맨 처럼 내세운다면 정말 당당해야만 한다. 믹 재거처럼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일 수도 있고 짐 모리슨처럼  본연의 어둠을 표현할 수도 있다. 모든 색을 담은 만큼 수많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컬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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