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웨비 Feb 26. 2023

비틀즈의 애비 로드

누군가의 진학, 취업 그리고 성공가도 등. 누군가가 걸어온 길은 수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자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반대로 기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누군가가 걸어온 길을 꼭 따라 걷거나 부러워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걸어온 길에 귀를 기울이며 박수를 쳐주는 것으로도 꽤나 가치 있는 일이다.


“Abbey Road”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길이자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을 음악의 세계로 끌어들인 길이다. 음악 역사상 가장 찬란한 성공가도를 달린 4인조 밴드는 길고 굽은 길을 다 같이 헤쳐나가지 못한 채 Abbey Road 위에서 그들의 여정을 끝마쳤다. 그리고 각자의 발걸음으로 스스로의 이야기 속을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각자의 여정 중 비록 두 발걸음은 끊기게 되었지만 여전히 나머지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나는 비틀즈의 여정이 시작된 시점은 물론 끝이 나고도 한참 뒤에 태어났다. 그렇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나와 그들이 살아온 시공간은 아예 다르며 나는 많은 이들이 남긴 흔적에 의존을 해야지만 그들의 여정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비틀즈를 좋아한다. 영국인은 아니지만, 그들의 영광을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나의 내면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었으며 앞으로 내가 나아갈 길에도 분명 비틀즈가 내면의 이정표 역할을 해줄 것이라 믿는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다. 비틀즈가 내 인생에서 언제부터 스며들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영어로 쓰인 문장을 느끼기 시작했던 때에 비틀즈의 노래가 있었다. 그렇게 일면식도 없는 영국 남자 4명의 이야기에 크게 감동하였다.


그렇게 나는 그들이 걸어온 길 속에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였다. 비틀즈가 만들어 둔 길에 귀를 기울인 채 걸으면 들려오는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좋았다. 하지만 나는 그들처럼 되고 싶진 않았다. 아니 정말 되고 싶지만 누구도 될 수 없음을 알았다. 심지어 길을 만든 장본인들조차도 더 이상 그 길을 추억할 수밖에 없다. 좌우간 아무렴 어떤가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이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되었고 간간히 다른 사람들에게 비틀즈가 걸어온 길을 소개하기도 한다. 산림과 탄생을 함께 하진 않았지만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며 그것을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산림 관리인처럼 말이다.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비틀즈가 닦아둔 길을 보고 듣고 느끼며 각자의 길을 걸어 나갈 것이다. 비틀즈에게 영감을 받지 않은 아티스트란 없다고 할 정도이니까. 꼭 아티스트가 아니더라 애비 로드, 그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밴드가 걸어온 길의 마지막에서 누군가는 새로운 출발을 꿈꾼다.


작가의 이전글 존 레논처럼 곡을 쓰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