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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비 Apr 20. 2023

통일교 신자가 된 아이돌, 사쿠라다 준코

최근, 이라 하기엔 벌써 9개월이나 지났지만 일본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암살되었을 때 ‘통일교’가 화제에 오른 적이 있었다. 암살범의 어머니가 그 종교에 빠져 돈을 탕진했는데 아베 전 총리가 그 종교와 관련이 있어 보였다는 게 암살의 동기였다. 그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원한 때문은 아니었다고 하니, 거물 정치인이 암살된 이유 치고는 요상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사실 통일교가 일본에서 화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통일교는 한국인이 세운 종교인데 그럼에도 워낙 세계 곳곳에 퍼진지라 여러 나라에 신자가 있고 한국과 가까운 일본에는 특히 많다. 따라서 신도 중에는 유명인도 더러 섞여 있고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이 사쿠라다 준코(桜田淳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XefjP2cXH-I


70년대에는 톱 아이돌이였으며, 80년대에는 인기 있는 배우였던 그녀는 1992년 어느 날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 자리에서 그녀는 자신이 19살 때부터 통일교 신자였으며, 2개월 뒤 서울에서 열릴 통일교 합동결혼식에 참석할 예정이고(남편은 통일교의 일본인 간부) 동시에 연예계에서는 은퇴한다고 밝혔다. 현역으로 활동 중이던 인기 스타가 갑자기 이런 선언을 했으니, 당연히 일본에서는 난리가 났고 당시 문화 교류가 별로 없던 우리나라에서조차 기사가 났다.


기자 회견 2개월 뒤 그녀는 예정대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합동결혼식에 참가했고, 신문에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활짝 웃고 있는 그녀의 흑백사진이 실렸다. 그녀의 팬들이 느꼈을 감정을 이루 상상하기 힘들다. 연예계에서 모습을 감춘 이후 그녀는 세 자녀의 엄마이자 통일교의 충성스러운 신자로 조용히 살아갔다.


그랬던 그녀가 다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은퇴한지 20여년 만인 2013년이었다. 옛 음반 소속사 사장의 장례식장에 참석한 그녀는 전성기에 비해 꽤나 후덕해진 모습이었지만 옛 팬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 마침 2013년은 그녀의 데뷔 4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했다.


그러더니 그해 말부터 그녀는 활동을 재개했다. 데뷔 40주년을 기념해서 베스트 앨범을 내고 기념 콘서트를 열었다. 그녀의 복귀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인 편이었는데, 비록 그녀가 통일교를 탈퇴한 건 아니었지만, 긴 세월이 흐른 만큼 뭐 어떻겠냐는 식이었다. 물론 부정적인 의견들도 많았다. 그녀는 통일교가 자신들의 종교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녀의 팬들은, 뭐 당연히 두손두발 다 들고 환영했다. 복귀라고는 해도 전성기에 비하면 소소한 활동들이었지만 중년의 주부가 된 그녀에게나 그와 별반 사정이 다르지 않은 그녀의 팬들에게나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그런데 작년 아베 총리 암살 사건으로 일본 내에서 통일교의 이미지가 최악이 되어버리면서 그렇게나마 이어져오던 그녀의 활동도 다시 멈춘 상태이다. 그녀가 통일교를 탈퇴한다면 문제는 해결되겠지만 이제 와서 그녀가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그녀의 데뷔 50주년이다. 과연 그녀는 올해 무대에 다시 설 수 있을까. 일단 “데뷔 40주년을 했는데, 50주년을 안하는 것은 반대로 부자연스럽죠.”라는 것이 측근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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