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매장은 예약제로 운영을 하기 때문에 다른 곳에 비해 손님이 적은 편이다. 대게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예약을 받고 있지만 네이버 지도에 등록을 해놓은 탓에 전화를 통해 손님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적은 양이지만 sns 혹은 전화로 미래의 손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우리는 바탕으로 손님들의 취향을 미리 예측해 매장을 준비한다. 보통은 우리를 알고 찾아오는 사람들이고 연령층 또한 다양한 편은 아니기 때문에 사전 준비가 어렵지 않다.
어느 날은 특이한 손님이 찾아왔다. 그 손님은 전화를 통해 이미 문 앞에 와있는데 어떻게 들어갈 수 있냐고 물어보았다. 보통은 외부에서 업무를 하는 일이 잦기 때문에 이런 손님에게는 “죄송하지만 다음에 방문 부탁드립니다”라며 아쉬운 마음으로 돌려보내지만, 마침 매장에 있던 터라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문을 열어드리겠다고 답한 후 급하게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시작했다.
전화로 얻은 정보로 파악해 보았을 때 손님은 엄마 또래의 중년 여성. 이런 손님은 대게 추억에 잠길 수 있는 옛날 한국 음반을 찾기에 김건모와 신해철의 음반을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하였고, 옷은 중년의 여성이 선호할만한 스타일은 아니기에 대충 정돈한 후 손님을 맞으러 갔다.
우리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손님은 스님이었다. 누가 봐도 열심히 수행의 길을 걷고 있는 여승이었다. 우리의 경험적 데이터에 예외가 흔한 일은 아니었지만 스님을 손님으로 맞이한 적은 없기 때문에 당황스러웠다. 그것은 손님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손님은 매장을 한 번 쓱 둘러본 후 “헌 옷 파는 곳 아니에요?”라고 물어보았다. “맞긴 한데요..” 수많은 헌 옷들 사이에서 우리는 눈빛으로 당황스러운 마음을 교환하였다.
스님은 추억에 잠길 수 있는 음악을 찾으러 온 것도, 유니온 잭이 크게 박힌 티셔츠나 90년대 리바이스를 찾으러 온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오시는 길 힘드셨을 텐데 편하게 구경하시고 듣고 싶으신 음악이 있다면 편하게 말씀 달라는 형식적이지만 진심이 담긴 말을 한 후 뒤로 잠시 빠져있었다.
스님은 우리가 야심 차게 바잉 한 회색 카디건을 하나 집어 들었다. 그 가디건은 80년대에 The Fox Collection이라는 브랜드에서 나온 가디건으로 똑같은 브랜드의 비슷한 제품을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 입어서 빈티지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제품이라고 설명하고 싶었지만 입을 떼기 전에 자리에 걸어두셨기 때문에 말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손님은 신해철이 노래를 다하기도 전에 짧은 인사를 남기고 떠났다. 비록 다시 오겠다는 말은 없었지만 복 많이 받으시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그 후 인스타그램을 통해 평소 보던 가게에 키드 라 로이가 다녀갔다는 사진을 보게 되었다. 우리 가게에는 내가 본 사람들 중 가장 너바나에 가까운 사람이 다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