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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주 Oct 30. 2024

필사

필사 1일 차의 기록

나도 모르게 내 속에서는 누군가를 계속 원망을 하고 싶었나보다.


환자를 서류처럼 대할 것이 아니라 모든 서류를 환자처럼 대하기로 결심했다.

환자의 가족이 흘리는 눈물을 비처럼 맞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나만의 원망과 아픔이 아니었다.

스쳐 지나가는 그 누구에게도, 모두에게도 상처였다.

원망이 사그라드는 문장을 만나서 감사하다.




수학 문제를 풀 때는 날카로운 샤프로 예리하게 문제를 풀어야 잘 풀린다.

필사를 할 때는 뭉뚝하고 묵직한 연필을 들어야

내 마음을 단단히 써 내려 갈 수 있다.




필사 2일 차의 기록

끝이 보이는 이야기를 읽고 쓰고 있으려니 자꾸 울컥해진다.

그의 마지막은 어땠을까? 어떤 마음이었을까?




나는 글씨가 어수선하고 급하다.

왜 이렇게 조급하게 사는 걸까?


한 때 요가를 하면서 처음으로 내 몸을 차근히 살펴보면서 나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내 어깨는 한껏 뭉쳐져어깨가 목쪽으로 움츠려져 올라가 있었다. 런 뭉쳐진 내 어깨를 아래로 반듯하게 떨어 뜨릴려고 요가를 하는 동안 내내 나는 내 어깨에 신경을 섰다.

나는 왜 이렇게 어깨를 반듯이 펴지 못하고 움츠리고 살았을까?


필사를 하며 들여다 본 내 글씨체도 내 어깨만큼이나 급하고 반듯하지가 못 하다.

차근히 내 생각을 한 글자, 한 자 써내려가는 일이 무에 그리 급할까.

또 한 번 나를 돌아 본다. 움츠러든 어깨마냥 급하고 복잡한 내 머리 속을 반듯하게 펼쳐 보려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요가는 내 몸을 돌아 보게 했고 필사는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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