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자꾸 결론부터 말하고 싶을까

성격 급한 사람의 글쓰기

by 안다니


글을 쓰다 보면 왜 자꾸 결론부터 말하고 싶을까. 어떤 행동을 했다, 무엇을 했다. 이렇게 사실만 나열하고, 행동을 하게 된 이유와 심정은 적지 않는다. 고민을 해도 쉽게 생각이 나지 않는다. 회사 생활을 하며 보고에 익숙해져서 그렇다는 위로의 말은 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해진 사회 탓이라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답은 하나다. 그저 글을 쓰지 않고 살아온 지금까지의 내 습관이 문제다.


나는 표현함에 있어서 '과정'을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지금 기분 안 좋아"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그 말을 뱉는 순간 내 머릿속에는 왜 기분이 안 좋은지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단지 입 밖으로 내뱉지 않을 뿐. 갑자기 기분이 안 좋다는 말을 들은 상대방은 당황한다. 아무런 이유를 모른 채 통보를 받았으니 이해가 갈 리 없다. 내 글쓰기에도 이런 습관이 그대로 스며들어 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 내 글을 읽으면 '도대체 왜 이렇게 행동하지?'라는 의문만 남는다. 그렇다. 다른 것도 많이 부족하지만 묘사와 관찰이 턱없이 부족하다.


나는 성격이 급하다. 기다리는 게 너무 싫다. 맛집 웨이팅을 못하는 건 당연하고, 택배 주문을 하면 하루에 수십 번 홈페이지에 들어가 배송 조회를 한다. 이런 성격을 가진 내가 글쓰기를 하려니 삐걱대는 것이다. 마음은 빨리 글을 쓰고 싶은데, 하루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 이런 조급한 마음으로 쓴 글은 결국 퀄리티가 떨어진다. 정답을 알고 있어도 고치기가 쉽지 않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글쓰기에서 묘사와 관찰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끈질긴 연습이 필요하다. 반면 나는 빠르게 뭔가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커진다. 그러면 빨리 이 글을 매듭짓고 다른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밀려온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스트레스를 사서 받고 있는 걸까.


답은 단순하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글을 쓰는 것. 세상을 묘사하고 관찰하기 위해 이전보다 더 의식적으로 바라보는 것. 끊임없이 공부하게 되는 것, 나를 더 알아가는 것. 급한 성격을 가진 나를 멈춰 세우는 이 일련의 과정이 나는 참 재미있다.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온몸으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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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가가 되고 싶다. 역시나, 이번에도 결론부터 말해버렸다. 하지만 이 결론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이제 지루한 과정을 즐기며 천천히 써 내려가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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