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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시
심야 영화
신작 시
by
김순호
Oct 1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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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영화 / 김순호
살기도 싫고 죽기도 싫은 날 심야 영화를 본다 그러다 보면 살아가고 있다
난 영화를 좋아한다 그것도 심야영화의 특별함을 더 좋아한다 관객이 적어 쾌적하고
몰입도가 좋은 건 기본이고, 어쩌다 나
혼자일 때도
영화는 상영된다 조금 섬찟하지만 우
리나라 치안을 믿는다 끝나고 영화관과 집의 거리는 차 없이도 걸어갈 수 있어 부담이 없
다 호젓함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는 밤의 호흡을 에너지로 수혈받는 셈이다
젊고 예쁜 여자들이 자의든 타의든 안전
을 염려해
망설일
때 난
늙어 용감하게 영화를
보고 느긋하게 심야 산책까지 한다 그 기분은 어릴 적 몰래 야한 영화를 보던 그 떨림을
뛰어넘어 어떤 길들여짐의 벽을 부순 쾌감이다
하얀 선들이 바퀴를 욱여넣는 주차장을 사방치기 하듯 대각선으로 가르는 것도 텅 빈
도로에 줄
줄이 내려앉는 붉은 신호등의 난무를 횡단보도에 버티고 서서 지켜
보
는
것도
나 혼자 연출한 심야의 퍼포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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