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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김순호 시

심야 영화

신작 시

by 김순호

심야 영화 / 김순호



살기도 싫고 죽기도 싫은 날 심야 영화를 본다 그러다 보면 살아가고 있다



난 영화를 좋아한다 그것도 심야영화의 특별함을 더 좋아한다 관객이 적어 쾌적하고

몰입도가 좋은 건 기본이고, 어쩌다 나 혼자일 때도 영화는 상영된다 조금 섬찟하지만 우

리나라 치안을 믿는다 끝나고 영화관과 집의 거리는 차 없이도 걸어갈 수 있어 부담이 없

다 호젓함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는 밤의 호흡을 에너지로 수혈받는 셈이다

젊고 예쁜 여자들이 자의든 타의든 안전을 염려해 망설일 때 난 늙어 용감하게 영화를

보고 느긋하게 심야 산책까지 한다 그 기분은 어릴 적 몰래 야한 영화를 보던 그 떨림을

뛰어넘어 어떤 길들여짐의 벽을 부순 쾌감이다


하얀 선들이 바퀴를 욱여넣는 주차장을 사방치기 하듯 대각선으로 가르는 것도 텅 빈

도로에 줄줄이 내려앉는 붉은 신호등의 난무를 횡단보도에 버티고 서서 지켜것도

나 혼자 연출한 심야의 퍼포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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