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 저렇게 열정적이었나
흑백요리사는 진즉에 봤다. 보면서 계속 들었던 생각은 하나의 일을 20년 넘게 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매회차마다 들었던 것 같다. 하나의 일을 20년 하고도 저렇게 설레는 건 성공한 요리사의 특징인가? 다른 사람들도 매일 하던 일을 또 하면 설렐까? 많은 경쟁들이 있지만 요리사들은 유독 설레 보인다. 물론 흑백요리사에 나온 사람일수록 더 요리에 미친 사람이겠지만..
예전에는 무언가를 정말 잘하는 사람이 부러웠다면 요새는 하나의 일을 하고 여전히 배우려 하고 여전히 설레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난 일찍이 창업을 했지만 내가 10년 뒤, 20년 뒤에도 저렇게 설레 할 수 있을까 싶다. 가끔은 업계 탓도 해본다. 요리는 뭔가 하나의 목표가 있지 않나. 맛이 있어야 된다. 맛과 함께 그 사람의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내가 있는 업계는 뭐지. 돈을 많이 벌어야 된다? 잘 모르겠다.
나는 나이가 들수록 조금 더 분명 해질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모르는 게 너무 많아지는 것 같다. 요새는 당황스러울 정도다. 이렇게 계속 커 가다 보면 덜 당황스러워지나? 아니면 당황하는 요령이 생기는 건가.
내가 오늘 본 흑백요리사 리뷰는 안성재, 김성운, 최강록 셰프의 포차 이야기 영상이었다. 평생 요리사가 돼본 적도 없지만 요리를 하면 저렇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건가 하는 생각에 요리사들에게 샘이 난다. 요리는 일종의 수련의 형태가 아닐까. 항상 주방에 있다 보면 기다려야 하는 시간, 직접 만든 음식을 버려야 할 때도 생기고, 내가 먹었을 때는 맛있는데 사람들이 맛없다고 할 때, 열심히 공을 들였는데 음식이 망해버렸을 때의 좌절감. 요리를 하면 인생을 배우는 게 아닐까.
그렇다고 요리사가 되고 싶지는 않다. 나는 그냥 저 요리사의 수련 시간들을 부러워하는 그냥 샘 많은 사람인가 보다.